준비자산 재편, 금 보유 확대·비전통 준비통화로의 다변화 관찰
다만 '전면적인 탈달러화' 아닌 '달러 중심 체제 내 구성 조정'
"위기 대응 위한 달러 유동성 기능 유지"
달러 자산 내부의 상품·만기 구조가 조정되는 형태로 변화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고 분절화가 심화하면서 금융제재와 자산동결 위험이 준비자산 선택의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변화는 '전면적인 탈달러화'보다 '달러 중심 체제 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구성 조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의 준비자산 재편은 통화구성 면에선 금 보유 확대와 비전통 준비통화로의 다변화를 관찰할 수 있으나, 위기 대응을 위한 달러 유동성 기능이 유지되는 가운데 달러 자산 내부의 상품·만기 구조가 조정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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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BOK 경제연구 인사이트 '지정학적 분절화와 글로벌 준비자산의 재편(이찬호·심혜진)' 보고서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경제·금융 분절화가 심화하면서 준비자산을 평가할 때 금융제재와 자산동결 위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용도와 시장 유동성이 양호한 자산이라도 제재 상황에서는 실제 사용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기축통화국 국채의 높은 자산 유동성과 금이 제공하는 제재위험 보호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최근 준비자산에서는 금 보유 확대와 준비통화 다각화 등 특정 통화·발행국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의 구성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다만 달러 비중 감소분은 위안화 등 특정 대체 통화에 집중되기보다 여러 비전통 준비통화로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연구는 달러 비중 감소분 가운데 약 4분의 1이 위안화로 이동한 반면, 나머지 약 4분의 3은 호주달러·캐나다달러 등 기타 비전통 준비통화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이찬호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는 최근의 준비자산 통화 다각화가 새로운 단일 준비통화로의 대체라기보다 특정 발행국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의 포트폴리오 분산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또 이런 다각화에는 위험·수익 분산, 무역·금융연계 등 전통적 요인과 함께 지정학적 위험이 추가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준비자산 구성의 다각화가 진행되더라도 달러의 국제통화 및 위기 대응 기능까지 동일하게 약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달러의 국제적 유동성 기능이 여전히 중요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미 국채의 편의수익과 안전자산·헤지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장기물에서 이런 변화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선행 연구는 지난해 4월 관세정책 충격 이후 장기 미 국채의 편의수익과 주식시장 헤지 기능이 약화한 반면, 단기 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서의 헤지 기능을 상대적으로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저자들은 이런 결과가 장기 미 국채에서 단기물과 금으로의 투자수요 이동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미 국채의 가격변동성과 헤지 기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달러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듀레이션 위험을 낮추기 위해 투자목적 달러 자산의 일부를 자산 유동성이 높은 단기 자산으로 조정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달러의 국제통화 기능과 달러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기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달러의 핵심적인 역할이 유지되더라도 달러 자산 내부의 상품·만기 구성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헌을 종합하면 준비자산의 재편은 통화 다각화뿐만 아니라 달러 자산 내부의 상품·만기 구조, 금의 보관·수탁구조 등 여러 차원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구성 변화는 개별 국가의 대외충격 대응능력뿐만 아니라 미 국채 수요와 미국 금리, 나아가 글로벌 금융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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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과정에서 공적부문의 장기 미 국채 수요 감소와 글로벌 금융 여건 긴축이 나타날 경우, 신흥국에서 역설적으로 위기 대응을 위한 달러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준비자산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는 총규모나 명목 통화비중뿐 아니라 자산구성과 위기 시 실제 활용 가능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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