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지난 9일 이후 첫 100달러 아래로
트럼프·이란 정상회담 기대와 사우디 증산
최저 지지율 몰린 트럼프, 유가 흐름 변수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며 주식 및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52달러(4.51%) 내린 배럴당 95.78달러에 마감했다. WTI 종가가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9일 이후 처음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2일 낸 보고서에서 "중동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면서도 "안심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유가 급락 배경은 두 가지…트럼프-이란 회담설과 사우디 증산
보고서는 유가 급락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짚었다. 먼저, 미국-이란간 정상회담 기대감이다. UN 총회에 참석하는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이 부각되며 유가 안정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사우디의 원유 수출 확대 기대감이다. 후티 반군(예멘의 친이란 성향 무장세력)과의 충돌로 홍해 수출길이 막혔던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 공급 차질 우려를 완화시켰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전날 걸프만에서 초대형 유조선 7척에 원유 1400만 배럴을 선적했다. 최근 엿새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우디 원유는 하루 평균 290만 배럴로 추산된다.
주식·채권시장은 유가 하락에 즉각 반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유가와 함께 동반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AI 낙관론에 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함께 올랐다.
박 연구원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거치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상황에서 유가 안정마저 가시화된다면 장기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리스크가 크게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 자금이 몰리는 현상) 현상을 반영하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음은 국채금리 안정 기대감과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의 홍해 수송로 역시 이란측의 공격으로 또다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트럼프 지지율 역대 최저…"TACO 재연 여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도 변수로 꼽힌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강경 발언 뒤 결국 한발 물러서는 패턴을 가리키는 표현)'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1기와 2기를 통틀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1일 공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로, 일주일 전(35%)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8%포인트가량 앞서고 있고, 상원 선거 구도 역시 45대 46의 팽팽한 접전으로 집계된다. 현재의 고유가·고금리 현상이 중간선거까지 이어지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한다면 중간선거까지 유가가 100달러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에서 머물 것이고, 이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동시에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이어지면 미 연준의 10월 추가 금리인상 확률도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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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미국-이란간 협상 가능성도 잠재해 있지만 기대와 달리 정상간 만남이 불발될 경우 미국의 대규모 대이란 공격이 시작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TACO가 언제든지 재연될 여지는 있다"며 "주요 자산가격이 유가 추이만 바라보는 유가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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