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행정현장도 업무 늘었지만
대형 로펌 채용 규모 못 따라가
"처우·고용 안정성 차이 영향" 분석
AI·데이터·노동 등 필요 분야 확장
로스쿨 수업, 시험 준비에 치우쳐
"인력 활용 위해 교육부터 달라져야"
로스쿨 도입 이후 국내 변호사는 1만명대에서 4만명에 육박할 만큼 늘었다. 법률시장의 외형도 함께 커졌다. 기업의 법률 수요가 복잡해지면서 대형로펌은 몸집을 키웠고 새로 생긴 법률시장에는 변호사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공공·행정·감사 현장까지 같은 속도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23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는 3만9276명이다.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배출된 2012년 1만4534명이던 변호사는 14년 만에 4만명 시대를 눈앞에 뒀다. 첫 변호사시험에서 1451명이 합격한 뒤 매년 1500~1700명 안팎의 새 변호사가 법률시장에 들어왔다. 사법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로스쿨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 배출 구조가 바뀐 결과다.
대형로펌은 커졌지만 공공채용은 제자리
늘어난 변호사들의 발길은 대형로펌으로 향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국내 변호사는 2016년 406명에서 올해 8월 643명으로 58% 늘었다. 비송무 인력도 282명에서 479명으로 증가했고 신입 변호사 채용은 19명에서 42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김앤장의 국내 변호사 역시 약 600명에서 1200명으로 2배가 됐고, 태평양도 370명에서 630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로펌이 사람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일감이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데이터, 인공지능(AI), 플랫폼, 경제안보 등 기업 자문 영역이 넓어졌고 기업 형사와 규제 분쟁도 세분화됐다. 태평양 관계자는 "10년 전 고객은 '이게 되느냐'를 물었다면 지금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묻는다"며 "사업 과정에서 해법을 찾는 쪽으로 법률서비스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자리의 확장이 법률시장 곳곳에서 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률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공공기관과 행정·감사·조사 현장에서도 늘었지만 변호사 채용 규모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 근무했던 박은선 변호사는 당시 자신을 포함해 변호사가 2명뿐이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감사와 조사 업무가 많은 만큼 변호사가 일할 자리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공공영역의 채용이 더딘 데는 처우와 고용 안정성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신입 변호사 연봉은 1억원대 중후반까지 높아졌다. 실제 법무법인 YK는 올해 신입 채용에서 세전 1억7000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공공부문 변호사는 5·6급 상당 임기제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공무원 봉급표상 5급 1호봉은 월 289만6400원, 6급 1호봉은 238만9500원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임기제 6급 변호사 16명을 모집한 뒤 15명을 다시 뽑는 재공고를 내고, 충북교육청도 5급 상당 변호사 채용에서 재공고를 거친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변호사 수보다 활용·교육이 쟁점
현장에서는 늘어난 법조인력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행정·감사뿐 아니라 기업 법무, 컴플라이언스, 신산업 규제 대응 등 법률 수요가 커지는 분야에서 변호사가 경력을 쌓을 자리를 늘리고 보수와 고용 안정성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가 필요한 업무는 많은데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법률 인력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변호사의 진출 영역을 넓히려면 로스쿨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AI·데이터, 노동·환경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넓어졌지만 로스쿨 수업은 변호사시험 준비에 치우쳐 있는 현실이다. 학생들은 노동법·환경법 같은 전문과목도 정규 수업보다 시험 직전 단기 특강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관련 과목의 수강생이 줄고 강의도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에 가깝게 운영하고 로스쿨에서는 특성화 교육과 실무수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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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호사시험의 선발 기능을 줄일 경우 합격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단체의 반발도 적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며 내년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1500명 이하로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연간 1000명 이하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양한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길러 사회 각 분야에 공급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합격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변호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논리"라며 "숫자를 줄이는 데만 매달려 로스쿨 도입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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