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패키징 광학(CPO)
빛을 활용해 전송 속도 높이는 기술
AI 데이터센터 등장으로 효율 중요해져
수율 확보·유지 보수 등 과제 산적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 중심이 칩의 연산 성능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칩이 아무리 빨리 계산해도 데이터를 제때 주고받지 못하면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이에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공동 패키징 광학(CPO)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기술로 주목받는다.


칩 주변에 광학 엔진을…빛으로 더 빠르게

"전기보단 빛이 빠른 거 알지?" AI 반도체 경쟁 대세 바뀌자…삼성·SK도 뛰어든 CPO[칩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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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는 반도체 칩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학 엔진을 가까이 붙이거나 하나의 패키지에 함께 넣는 기술이다. 종래에는 칩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기판과 회로를 따라 이동하며 데이터를 전달했다. 하지만 전기 신호는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고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CPO는 칩 가까이에서 전기 신호를 광 신호로 바꿔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고, 전력 소모와 신호 손실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CPO 구현의 핵심 기술로는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가 꼽힌다.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 광학 기술을 접목해 빛을 전달하고 신호를 변환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광학 엔진과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결합된다.


CPO 기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AI 시장의 경쟁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칩 하나의 성능과 연산 속도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칩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다수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가속기, 메모리, 네트워크 장비가 긴밀하게 연결된다. 연산 칩의 성능이 높아져도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이 제한될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DTechEX에 따르면, 올해 CPO 기술의 시장 규모는 9500만달러(약 1310억원)로 2035년까지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뒤에는 12억달러(약 1조65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쟁 시작, 삼성·SK도 합류

기존 방식과 CPO 방식 비교 구조도. SK하이닉스.

기존 방식과 CPO 방식 비교 구조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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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 경쟁은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광학 엔진 제조와 패키징, 시스템 통합 역량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대만 TSMC가 일찍이 실리콘 포토닉스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TSMC는 전기 신호를 처리하는 전자 칩과 빛을 다루는 광자 칩을 통합하는 'COUPE' 기술을 통해 광학 엔진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 안에 실리콘 포토닉스, HBM, 3DFabric(3차원 적층·패키징 기술)을 아우르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CPO 기술을 적용한 네트워크 플랫폼과 스위치 제품군을 양산 출하했다. 특히 CPO에는 스위치 주문형 반도체(ASIC)와 광학 엔진을 비롯해 레이저·광소자, 광섬유·커넥터,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 시스템 조립과 테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광통신 부품과 패키징, 시스템 제조 기업들도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전기보단 빛이 빠른 거 알지?" AI 반도체 경쟁 대세 바뀌자…삼성·SK도 뛰어든 CPO[칩톡]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국내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CPO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과 플랫폼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CPO 기술 상용화와 2028년 AI 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결합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에 HBM,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묶은 '턴키' 전략으로 승부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의 광 연결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연구진은 CPO 기술 로드맵을 다룬 연구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광 연결로 묶는 아키텍처를 통해 대규모 AI 시스템에서 데이터 이동 병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과 향후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율 확보·유지 보수…상용화는 아직

"전기보단 빛이 빠른 거 알지?" AI 반도체 경쟁 대세 바뀌자…삼성·SK도 뛰어든 CPO[칩톡] 원본보기 아이콘

CPO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 공정 난도가 높은 기술인 만큼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광학 부품과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정렬해야 하고, 패키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해야 한다. 제조 과정에서 불량을 줄이고 수율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지보수 방식도 과제다. 기존 플러그형 광모듈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광학 엔진이 패키지에 집적된 CPO는 시스템 구조에 맞는 검사와 수리 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제조·운영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도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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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전 세계적으로 CPO 기술 도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올해 3분기를 상용화 분기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 자체의 성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메모리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개별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른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고 최적화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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