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 넘어 건강관리로 고객 접점 확대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 위험에 주목
새 성장동력 되려면…개인정보·수익성은 숙제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이 보험상품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과거 여성 고유 질환 보장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애주기 전반의 건강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여성 고객과 일상에서 접점을 만들고 질병 예방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험 수요를 발굴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민감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신뢰 확보와 서비스 차별화, 수익성 검증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성 생애주기 접점 넓히는 보험사…'보장'에서 '관리'로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다음 달 '임신·출산 건강관리 및 웰니스 생활 정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임신 주차에 맞춘 태아의 발달 정보부터 건강검진 안내, 식단·체중 관리,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화손보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수요를 이해하고 여성 특화 상품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보험 본업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보험업과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손보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펨테크(Femtech·여성기술)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망 펨테크 기업 육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여성 고객에 특화된 보험상품 개발과 웰니스 사업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건강관리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보험사업이 가진 한계와 관련이 있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 보험금 청구나 계약 변경이 발생하지 않는 한 보장 기간이 수십 년 이어져도 고객과 접점을 만들 기회가 많지 않다.
보험사가 건강관리 사업을 통해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춘 운동·식단 관리, 정신건강 관리 등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고객과 만나는 횟수를 늘릴 수 있다. 보험 영업 현장에서 수년간 일해온 한 업계 관계자는 "태아보험 가입을 계기로 만난 고객이라도 출산 이후 헬스케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다면 자연스럽게 접점을 이어갈 수 있다"며 "고객의 상황이 바뀔 때 필요한 보장을 상담하는 등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사는 고객의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관리 등을 통해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출 경우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확인된 고객 수요가 새로운 담보나 상품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여성 고유 질환은 일부…건강 위험은 더 넓다
여성 건강을 임신·출산이나 여성 고유 질환에 한정해 바라보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일부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겪는 건강 부담의 대부분은 여성 고유 질환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면서도 여성에게 더 흔하거나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건강연구소(MHI)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약 24% 길었다. 이때 여성의 전체 질병 부담에서 산부인과 질환, 모성 건강, 폐경 등 여성 고유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했다.
반면 편두통, 우울증, 관절염, 고혈압성 질환처럼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지만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전체 여성 건강 부담의 60%를 차지했다. 여기서 건강 부담은 질병, 장애, 조기 사망 등으로 잃은 건강한 삶의 기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연구는 보험사의 여성 건강 관련 사업이 여성 고유 질환 중심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전반의 위험을 폭넓게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연령에서는 상대적으로 월경이나 생식·부인과 질환 등의 중요성이 크지만, 나이가 들수록 심혈관계 또는 근골격계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 정신건강 문제의 경우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비교적 넓은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성 고객 대상 건강관리 서비스 역시 생애주기별 위험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건강, 신사업 자리 잡으려면…사업성·차별화 시험대
여성 건강이 보험사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월경 주기, 임신 기록, 정신건강 등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에 해당한다. 고객이 보험사에 제공한 정보가 상품 가입 심사나 보험료 책정 등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인식하면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을 주저할 수도 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정보 수집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과 보험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업성 검증도 필요하다. 보험사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보험 본업과의 연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더라도 보험계약 유지율 개선이나 보험금 지급 감소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부 보험사가 펨테크 산업과 접점을 넓히고 있듯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식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보험산업의 미래 2035' 보고서에서 "인접 산업 간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보험사가 모든 영역에서 혼자 경쟁해서 이기기는 어렵다"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내부에서 역량을 구축하면서도 새로운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해 외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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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디지털헬스 전문 업체 등 다양한 사업자가 이미 건강관리 시장에 진출해 있다는 점도 보험사에는 경쟁 부담이다. 단순히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기존 서비스와 차별성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획기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고객 유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보험사의 건강관리 사업을 활성화하면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는 부분 외에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도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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