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일시적 자극 ‘원하는 방향’의 세포 상태 전환 유도
유전자 조절 흐름 분석해 최소 제어 인자 조합 발굴
기존 생물학적 네트워크 90% 이상서 오차 0.01 미만

단 1회 일시적 자극으로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다양하게 세포를 전환 유도할 수 있는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세포 안에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활용해 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 '넛지(NUDGE)'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AI 생성 이미지.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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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운명을 바꾸는 기술은 난치병 치료와 재생의학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줄기세포를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거나, 질병·노화 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세포 운명 제어는 주로 '영구적 개입(permanent intervention)'에 의존해 왔다. 원하는 세포 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세포가 이후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가소성)이 낮아지는 게 기존 제어 방식의 한계였다. 자연 상태에선 없던 비정상적 세포 상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세포가 특정 상태로 머물도록 고정(강제)하는 대신 1회 일시적인 자극으로도 세포가 스스로 원하는 상태로 전환 유도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안했다. 막힌 물길을 일시적으로 터줬을 때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세포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목표 방향대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넛지'는 이런 개념으로 개발됐다. 먼저 컴퓨터 논리 모델로 세포 안의 주요 유전자가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살펴 세포가 장기적으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유전자 사이의 작동 관계를 나타내는 논리함수를 수학적으로 분해해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어 인자 조합을 찾아내는 구조다.


특히 가능한 최소 제어 조합을 찾아내 해당 결과를 수학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점은 '넛지'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를 대규모 분자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근사 기법도 제시했다.


넛지는 어떤 인자를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극받은 세포가 어떤 경로를 따라 목표 상태에 도달하는지, 도달한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연이어 분석한다. 세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사전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좌측 상단) 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페리오 브라마나 석사, (아랫줄 왼쪽부터) 이우정 박사과정생, 조광현 교수, 코빈 하퍼 박사과정생. KAIST

(좌측 상단) 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페리오 브라마나 석사, (아랫줄 왼쪽부터) 이우정 박사과정생, 조광현 교수, 코빈 하퍼 박사과정생.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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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보고된 63개 생물학적 네트워크에 넛지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 넛지의 최소 제어 방식은 전체 네트워크의 90% 이상에서 오차가 0.01 미만에 그쳤다. 가장 효과적인 최소 개입 조합도 83%의 높은 확률로 찾아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특정 질병이나 세포에만 적용되는 치료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 상태의 세포를 연구자가 원하는 다른 상태로 바꾸려면 '일시적으로 어디를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범용 원천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정상적인 줄기세포를 심근세포 등 특정 분화세포로 유도하는 연구부터 질병·노화 세포의 정상화, 손상된 조직의 재생, 면역반응 조절, 암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 치료 전략 설계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본다.


조 교수는 "넛지는 특정 세포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1회 일시적(최소) 자극으로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다른 상태로 유도하는 게 가능한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 기술이 줄기세포 분화와 노화·자가면역질환·재생의학·암 가역 치료 등에서 새로운 제어 전략 설계를 가능케 할 원천기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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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페리오 브라마나(Ferio Brahmana) 석사와 코빈 하퍼(Corbin Hopper)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 이우정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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