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에 안전·기능성 수요 확대
2033년 시장 2조4000억, 기업 맞춤형 수주 확산

#지난해 7월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관계자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의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 부스를 찾았다. 그는 자동차 섀시가 쌓인 좁은 통로를 오갈 때 작업자의 다리가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히고 작업복이 찢어지는 일이 잦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볼디스트는 이를 토대로 주요 부위에 베임 방지 소재를 덧댄 작업 바지 '베임엑스 팬츠'를 개발해 올해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작업복이 진화 중이다. 과거에는 저렴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한 제품을 우선했지만 최근에는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성과 착용감이 주요 구매 기준으로 떠올랐다. 기업이 일괄 지급하던 '피복'이 산업재해를 줄이는 '안전 장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처벌 강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이 법은 2022년 1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시행됐고, 2024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중대산업재해 사망 사고에 최대 징역 15년을 권고하는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안전관리와 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작업하다 바지가 자꾸 찢어져요"…한마디에 탄생한 '특별한 바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피복'서 '안전 장비'로, 2033년 2조4000억원 전망

2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조6000억원에서 2033년 약 2조4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2033년까지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5.2%다. 과거 국내 작업복은 남색·검은색 중심의 단순한 디자인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기업 역시 정해진 주기에 맞춰 대량 구매하는 소모품 정도로 여겼다.

최근에는 패션·아웃도어 업체들이 기능성 소재와 의류 제작 경험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2코리아는 'K2 세이프티', BYN블랙야크 계열 블랙야크아이앤씨는 '블랙야크 워크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볼디스트'와 형지엘리트의 '윌비랩'도 기업 간 거래(B2B)를 확대하고 있다.


업체들은 아웃도어 의류에 쓰던 냉감·방수·방풍 소재와 입체 패턴을 작업복에 적용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는 베임과 화염·충격에 강한 제품을, 건설 현장에는 멀리서도 작업자를 식별할 수 있는 고가시성 의류를 공급하는 식이다. 야외 작업자를 겨냥해 소형 팬을 달아 체온을 낮추는 작업복도 등장했다. 업종과 공정별로 위험 요인이 달라지면서 기업이 기성 작업복을 구매하는 대신 맞춤형 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0년 출범한 볼디스트는 2024년부터 B2B 수주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장을 찾아 작업 환경과 위험 요인을 파악한 뒤 전용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다. 올해 1~5월 전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B2B 매출도 전년보다 약 2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납품한 '세이프티 캡'이 대표적이다. 차체 아래에서 작업할 때 모자챙이 시야를 가린다는 의견을 반영해 챙 길이를 일반 모자의 절반 수준인 4~5㎝로 줄이고 내부에 충격 흡수 소재를 넣었다. 현재 현대차 하이테크센터와 기아 오토랜드, 현대위아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볼디스트는 현대건설에 고가시성 안전조끼, LG디스플레이에 작업복, 한국발전기술에 안전화 등을 공급한다. BMW코리아와 DL이앤씨, 볼보건설기계 사업장에서도 수시 발주를 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냉감 소재를 활용해 베임과 화염, 고온에 대응하는 제품도 내놓고 있다. 올해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기업·기관 대상 상담 건수는 전년의 두 배 이상, 후속 미팅과 사업장 방문 연결 건수는 2.5배로 늘었다.


"작업하다 바지가 자꾸 찢어져요"…한마디에 탄생한 '특별한 바지' 원본보기 아이콘

현장 목소리로 맞춤 제품 개발

형지엘리트도 기존 작업복 브랜드 '윌비'를 올해 '윌비랩'으로 바꾸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포스코, 코웨이, 볼보코리아, 엘앤에프 등 약 25개 주요 기업군이 거래처다. 직원 수와 교체 수요를 미리 파악해 생산하고 디자인 품평회와 가격 입찰 등을 거쳐 납품한다.


형지엘리트의 B2B 사업 매출은 202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9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3.6%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5.2% 감소했지만 학생복·스포츠 상품화 사업과 함께 회사의 3대 사업축을 이루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기업 단체복에서 쌓은 생산·수주 경험을 소비자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윌비랩 매출은 B2B 70%, 소비자 대상 거래(B2C) 30%로 구성됐다.

AD

기업들이 작업복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다 일반 패션보다 유행이나 경기 변화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다. 직원 수와 교체 주기가 정해져 있어 수요를 예측하기 쉽고, 거래처를 확보하면 매년 신규·교체 물량을 수주할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작업복을 비용 절감 대상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장비로 보기 시작했다"며 "가격보다 현장에서 검증된 기능과 작업자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