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9월 기업예금 동향 분석

지갑 두둑해진 기업…달러예금 6개월 연속 증가
원화예금도 올 들어 역대 최고 수준 지속
기준금리 인상에 6~8월 단기자금→정기예금 이동
이달 들어 움직임 둔화…MMDA 다시 늘어

올해 수출액이 역대급 기록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예금 잔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예금은 6개월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불어났고, 원화예금도 지난해를 웃도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가속화했던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머니무브)은 이달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고 있어 추가 이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기업 달러예금, 두 달 연속 600억달러대…올해 증가액 100억달러 육박

쌓이는 달러, 다시 늘어난 MMDA…숨 고르기 들어간 '기업예금'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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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622억3992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12억9806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던 8월(64억4075만달러)보다 축소됐지만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있는 2021년 5월 이후 월말 잔액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9개월여 동안 98억2349만달러 늘어 증가액이 100억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 규모가 12억여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달러자금이 올 들어 급격히 불어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환율 흐름과 수출 호조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수출기업의 원화 환전이 활발하지 않았고, 7월 들어 환율이 1300원대로 낮아진 뒤에는 환전을 미루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액이 3개월 연속 900억달러를 웃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 자체도 크게 늘었다. 수입기업 역시 낮아진 환율 수준에서 향후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확보하면서 달러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수시입출식예금(MMDA)과 정기예금 등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도 올 들어 크게 늘었다. 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564조580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5조7919억원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불어났다. 단기성 자금인 MMDA도 올 들어 1월을 제외하고 100조원을 웃도는 규모를 8개월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기업의 달러와 원화예금 모두 규모 자체가 늘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단기 자금 → 정기예금 움직임, 이달 들어 주춤…MMDA 4개월 만에 증가 전환

쌓이는 달러, 다시 늘어난 MMDA…숨 고르기 들어간 '기업예금' 머니무브 원본보기 아이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활발해졌던 정기예금으로의 머니무브는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기업 MMDA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11조786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조9610억원 늘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4조64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용 파킹통장'으로 불리는 MMDA는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지만 기본금리가 0%대에 그친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정기예금 금리는 연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까지 높아졌다. 이에 지난 6~8월 정기예금에는 61조2344억원이 유입된 반면 MMDA에서는 29조2652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이동이 활발했다. 수출 호조로 여유자금이 늘어난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맞춰 단기 대기성 자금을 정기예금으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머니무브가 주춤해진 것은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기업들이 이미 한 차례 자금을 이동한 데다, 향후 기준금리와 은행 수신금리의 방향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쌓이는 달러, 다시 늘어난 MMDA…숨 고르기 들어간 '기업예금' 머니무브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정기예금 금리를 재차 올리면서 자금 이동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5대 은행은 이달 초 일제히 예금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들 3개 은행은 열흘여 만인 지난 21~22일 정기예금 금리를 연 3.4~3.5% 수준까지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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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안정적인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수신상품 금리도 조정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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