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정치, 일하는 정치에 대한 기대 커"
"패스트트랙 개편, 민생과제 장기 표류 방지"
"필리버스터 왜곡 땐 결단 내릴 수밖에"
"세상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춰 제도도 바꿔야 한다. 이에 맞춰 국회가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려면 '일하는 방식'이 정말 바뀌어야 한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생산성 있는 국회'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야 간 막전막후를 오가며 최일선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천 원내수석은 2012년 5월 만들어졌던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그때와 지금은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육탄전 같은 풍경은 사라진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 '일하는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일처리 속도와 능력이 더 요구되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천 원내수석은 "(정치에) 기업이 갖는 효율성만 적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절차나 합의만 강조하면 '국회가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는 답답함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며 "현실 문제도 해결하면서 민주적 질서와 절차, 협의와 거버넌스 정신도 함께 이뤄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해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완성된 체계라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제도와 관행이 계속 바뀌어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국회 신속 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기존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기존 국회선진화법의 틀을 바꾼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그는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심사하여 충분히 토론하고 수정안을 제시할 시간을 보장하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민생법안을 장기 표류시키는 일은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원내수석은 "야당 상임위가 일정한 시기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하거나, 애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방향도 명확하며 속도감이 중요한 사안이 있다면, 신속하고 집중적인 논의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패스트트랙과 함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2대 국회 들어 34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있었는데, 이는 역대 최다 횟수다. 천 원내수석은 "지금까지는 그래도 야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 정당 목소리를 존중해온 상황이지만, 계속 필리버스터를 악용해 국정 발목잡기를 하거나 상황을 왜곡한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이와 관련해 필리버스터 시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자리를 지켜야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정기국회에서 야당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다면.
▲문제 제기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자는 건지 대안도 함께 제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 반대만 하면 안 된다. 대안을 갖고 논의하다 절충이 되면 합의도 하고, 결국 국정운영의 결과를 놓고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못 하게 가로막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몇 개 상임위원장도 맡고 있고 법안소위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태클' 거는 것 같은데, 문제 제기까지는 좋지만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할 때는 합의·절충하는 노력을 해줘서 국정운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해줬으면 한다.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서 여야 협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동안 국민의힘은 회의에 불참하거나, 표결 직전 퇴장하거나, 수십 개 법안에 대해 연속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이런 방식은 협상의 압박이 아니라 협상 자체의 포기다. 지금 국민의힘은 선진화법의 취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보장한 토론권을 사실상 법안 인질극으로 악용하고 있다.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도 최근엔 법안 처리를 위한 중간 절차처럼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다.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본래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을 최장 90일 동안 심도 있게 조정하고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제도다. 소위에서는 통상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법안이 소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영영 계류되는 것을 막고 안건조정위 표결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질적인 조문 협상이나 수정안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법안심사 소위만 건너뛰게 되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야 모두 안건조정위 제도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운영에서 과거에는 지켜졌지만 지금은 무너졌다고 느끼는 원내 관행이 있다면.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다시 여야가 협상해 본회의 상정 여부를 정하는 것은 관행에 어긋난다. 심지어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여야 이견이 전혀 없었던 법조차 협상 대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임위에서 충분한 심사를 통해 법안의 필요성, 비용, 부작용, 집행 가능성을 논의하고 여야 이견 없이 통과됐다면 그 심사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여야 바뀌더라도 지켜져야 할 최소의 원내 운영규칙이 있다면.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하다보면 의외의 접점을 발견하고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도 있다. 다만 대화와 소통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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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로 가기 전 어느 정도까지 협의를 거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충분한 협의의 기준은 '국민의힘이 동의할 때까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협의 기회가 보장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그랬듯, 국회를 떠나 장외를 전전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전제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합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회의에 참석하고, 조문을 놓고 협상하고, 반대한다면 대안을 내고, 합의한 일정은 지킬 때 비로소 다수결의 원리를 적용하기 전 단계로서 의미 있는 협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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