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감지·열화상 카메라로 순찰
위험구역 선투입…안전 사각지대 보완
2027년 운용 확대…통합 감시 검토
노란 몸체에 네 개의 다리. 머리 부분에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달려 있다. 복잡하게 얽힌 배관과 대형 설비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다. 하지만 이 '개'가 맡은 임무는 공장 안전 점검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울산CLX)에서 근무하는 사족보행 로봇 '행독'이다. SK의 경영철학인 '행복'과 개를 뜻하는 영어 '도그(dog)'를 합쳐 이름을 붙였다.
행독의 정식 모델은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이다. 울산CLX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의 설비 점검과 순찰을 맡기기 위해 2022년 10월 행독을 현장에 도입했다.
행독이 필요한 이유는 울산CLX의 압도적인 규모에서 잘 드러난다. 울산CLX 부지는 826만㎡에 달한다. 공장 곳곳에 얽힌 배관을 모두 이으면 길이가 약 60만㎞다. 지구 둘레를 약 15바퀴 돌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절반 이상 돌아올 수 있는 거리다.
이처럼 방대한 생산시설을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며 빈틈없이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 가스 누출 가능성이 있는 구역처럼 작업자가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는 점검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행독은 사람이 들어가기 전 먼저 현장을 확인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고 기존 인력 순찰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맡는다.
행독의 주 활동 무대는 제2중질유분해공장(No.2 FCC) 등 주요 생산설비 주변이다. 가스 감지기와 열화상 카메라 등을 싣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장을 자동으로 순찰한다. 사람이 일일이 설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온도 변화나 가스 누출 등 이상 징후를 살펴볼 수 있는 '네 발 달린 안전요원'인 셈이다.
단순히 공장을 한 바퀴 돌고 오는 데 그치지도 않는다. 순찰 과정에서 확보한 온도와 진동, 가스 농도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설비 상태의 변화를 분석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대응하는 예측 정비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행독이 자동 순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으로는 설비에서 이상 알람이 발생하면 행독이 현장으로 출동해 상태를 확인하고 분석 결과를 담당자와 시스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공장에는 행독만을 위한 '집'도 있다. 일반적인 개집을 연상시키는 형태에 입구에는 '개조심'이라는 팻말까지 붙어 있다. 다만 이 로봇 경비견이 경계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공장 설비의 이상 신호다.
현재 울산CLX에서 운영 중인 행독은 1대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 상반기 안에 로봇 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확대 규모는 아직 내부 검토 단계다.
장기적으로는 행독 한 대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사족보행 로봇과 드론,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각각 수집한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분석하는 통합 감시 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년 초까지 사망자 45만명 나올 것"…세계가 '못...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현장을 돌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던 공장 순찰 방식이 로봇과 각종 센서가 빈틈을 메우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60만㎞에 달하는 배관이 얽힌 울산CLX 곳곳을 누비는 행독의 역할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