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의장도 지난달 'AI-생산성' 질문
NH투자증권 "신기술-생산성 시차 있어"
"가속화·가시화 시점은 2028년 전후"
전기·디지털 혁명도 시차 두고 나타나

챗GPT 3.5가 출시된지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지능(AI)은 개인은 물론 조직 차원에서도 보편적 도구로 쓰이고 있다. 회사마다 AI 도입과 사용률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경제 성장률이나 생산성 지표를 보면 딱히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케빈 워시조차 이런 질문을 남겼다. 그는 지난 8월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AI가 경제 전반에 걸쳐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생산성 상승을 가져올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라고 물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데…"생산성 정말 늘었나요" [주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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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질문에 답을 시도했다.


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기술이 생산성 가속화로 연결되려면 무형투자(IP·조직자본지출·노동자 재배치)의 선행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중반부터 관련 지출 확대되었음을 고려하면 (생산성) 가속화 시점은 2028년 전후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좋은 기술이라도 '시스템'을 바꿔야 효과

AI로 인한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에는 필연적인 시차가 존재한다. 새 기계를 공장에 들여놨다고 가정해보자. 기계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그 기계에 맞게 작업 동선을 다시 짜고 직원을 재교육하지 않으면 효율은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엔 적응하느라 더 헷갈리고 느려질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적응 과정을 통틀어 '무형투자'라고 부른다. 회사 조직을 개편하는 컨설팅 비용,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같은 지식재산권(IP) 투자, 그리고 직원을 새 업무로 재배치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술이 아무리 빨리 발전해도, 이 무형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그다음에 생산성이 오른다는 것이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데…"생산성 정말 늘었나요" [주末머니]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 역사를 봐도 그렇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때 컴퓨터 성능 자체는 1990년대 초반에 가장 빠르게 좋아졌다. 그런데 정작 미국의 생산성이 확 뛴 건 1990년대 후반이었다. 그 사이 몇 년 동안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에 돈을 쏟아붓고, 경영컨설팅을 받아가며 회사 구조를 인터넷 시대에 맞게 뜯어고쳤다. 100여 년 전 전기가 처음 보급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장들이 전기 기술 자체보다, 공장 설비를 전기에 맞게 새로 배치하는 데 시간을 더 썼고, 그 작업이 끝난 뒤에야 생산성이 뛰었다.


코로나 때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2020~2021년 재택근무 전환과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있었고, 그 여파로 2023~2024년 미국 노동생산성이 크게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시기 생산성 증가분의 80%가 노동자 재배치 효과였다고 추정했을 정도다. 시차는 대략 2년이었다.


AI는 지금 '적응 구간'…2028년이 분수령

이러한 패턴은 지금의 AI 시대에도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AI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는 기록적이다. AI 평가기관 METR은 AI가 혼자 완수할 수 있는 작업의 길이(시간지평)를 성능 지표로 쓰는데, 이 수치는 1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사람으로 치면 1시간짜리 업무만 겨우 하던 신입이 1년 만에 10시간짜리 프로젝트를 혼자 처리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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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업들이 AI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는 무형투자는 2025년 중반부터 막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영컨설팅 고용과 AI 관련 채용공고가 2026년 들어 눈에 띄게 늘었고, 소프트웨어·R&D 투자도 지난해 중반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창업 건수도 같은 시기부터 급증하고 있는데, AI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 사례에서 확인된 '무형투자 후 약 2년 뒤 생산성 도약'이라는 시차를 그대로 대입하면, 생산성 가속화가 본격적으로 눈에 보이는 시점은 2028년 전후가 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계산이다. 지금 당장 AI 관련 경제지표가 밋밋해 보인다고 해서 AI 혁명이 과장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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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측정 자체의 한계도 있다. 현재 통계 방식으로는 AI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물가나 성장률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가격이 전년 대비 20%가량 올랐다는 통계가 있는데, 여기엔 AI가 좋아진 만큼의 '가치 상승분'이 빠져 있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낮고, 소비 증가율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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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AI 분야의 규모가 커질수록 서비스 품질 조정 등 측정 오차 문제가 더욱 커진다"면서도 "실제 생산성은 초기 측정치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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