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지주에 CEO 승계 투명·공정성 주문
"자회사 임추위 실질적 역할 보장"
지자체 금고 과당경쟁에 협력사업비 점검 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5대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8개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투명하고 공정한 승계 절차를 주문했다. CEO 승계 절차 개선을 공개 주문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5대 은행장 선임 절차가 이미 시작됐거나 이달 중 개시되는 가운데 능력 중심의 인선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실질적 역할을 재차 강조하며, 지주 회장의 과도한 인사 영향력 행사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13 윤동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13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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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자회사 CEO 선임 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됨 없이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는 은행장 등 70여개 자회사의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변화의 시기"라며 "금융권이 공정한 원칙에 기반한 업무처리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CEO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기록까지 승계 전반의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17조 취지에 따라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의 CEO 후보 추천·선정 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 임추위에 CEO 상시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 평가 과정에서 임추위원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날 발언은 이 원장이 금융지주에 은행 임추위의 CEO 후보 추천 권한 강화를 주문한 지 일주일여 만에 나왔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에도 "지주 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의 임추위 역할도 제한적"이라며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요구했다.

연말 대규모 CEO 인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계열사 인사에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장기 집권을 위한 이른바 '참호 구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5대 금융지주에서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는 54명에 달하며, 5대 은행장 모두 연내 임기가 만료돼 연임 또는 교체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의 잇단 경고에 금융지주들도 CEO 승계 절차 손질에 나서고 있다. BNK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은행 임추위에 CEO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임추위 역할을 확대했다. KB금융도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임추위에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 산하 상당수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가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는 CEO 참호 구축 지양과 승계 절차 개선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입찰 과정에서의 과당 경쟁에도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자본력 우위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이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발전도 함께 고려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향후 협력사업비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했는지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12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위규행위 발생 시 평가·보상 체계의 적정성과 조직 차원의 유인 여부 등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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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 없이는 금융업은 존재할 수 없다"며 지주 회장들에게 "중요 의사결정 전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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