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5만명 이탈리아로
로마 넘어 돌로미티·소도시 찾아
지난해 방이(訪伊) 한국인 두 자릿수 증가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돌로미티 상품 판매 300%↑
올림픽·직항 확대 타고 '슬로 트래블' 부상

로마와 피렌체, 베네치아를 찍고 이동하던 한국인의 이탈리아 여행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시선은 북쪽 알프스의 돌로미티와 볼차노, 호수와 작은 마을로 옮겨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보는 여행보다 한 지역에 머물며 걷고 먹고 쉬는 '슬로 트래블'이 새로운 수요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언스플래쉬

이탈리아 돌로미티.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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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이탈리아 워크숍'에서도 화두는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어디로,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맞춰졌다. 김보영 이탈리아관광청 소장은 "지난해 이탈리아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며 "볼차노를 비롯한 북부 산악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등 목적지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해외 네트워크가 이탈리아 통계청(ISTAT)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이탈리아를 찾은 한국인은 105만5418명으로 전년보다 11.82% 증가했다. 다만 관광객 수는 숙박시설 이용객·국경 통과자 등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과거 이탈리아 측 자료에서도 2019년 한국인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된 만큼 '처음 100만명 돌파'보다는 코로나19 이후 100만명대 시장을 회복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사가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이탈리아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청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사가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이탈리아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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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여행상품 판매에서 더 선명하다. 이탈리아관광청(ENIT)이 지난해 6월 한국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름철 이탈리아 패키지 판매가 늘었다고 응답한 업체의 평균 증가율은 63.8%였다. 특히 돌로미티를 중심으로 한 산악상품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300%에 달했다. 평균 여행 기간도 12일이었다. 반면 로마·피렌체·베네치아 등 전통적인 예술도시 상품은 10% 감소했다. 피에몬테·토스카나의 소도시와 미식을 결합한 상품은 10% 증가했다.

한국인 여행객의 관심사가 자연과 체험으로 넓어지는 흐름도 확인된다. ENIT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조사에서 한국 여행객은 트레킹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고 농촌 체험, 자연여행, 스포츠가 뒤를 이었다. 북·중부 이탈리아 상품은 35%, 산악지역 상품은 30%,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상품도 2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식과 쇼핑 중심의 기존 수요에 자연·웰니스가 더해지는 셈이다.


올해 2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김 소장은 "올림픽 이후에도 북부 산악지역의 관광 검색과 지출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산악 관광에 도시의 쇼핑과 음식, 문화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탈리아 알프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이탈리아 워크숍’에서 이탈리아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가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역 관광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이탈리아 워크숍’에서 이탈리아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가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역 관광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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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관광청 역시 올림픽을 단발성 스포츠 이벤트보다 지역 관광을 확산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ENIT은 밀라노·코르티나 지역을 소개하면서 올림픽 개최지를 시장과 산악 목장, 지역 음식, 소규모 생산자까지 연결해 경험하는 '슬로 투어리즘' 목적지로 강조하고 있다. 스포츠 관람 뒤 다시 찾을 수 있는 사계절 관광지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관광지표에서도 북부의 성장세가 나타난다. 돌로미티 관문으로 꼽히는 볼차노는 지난해 처음 연간 숙박객의 숙박일수(연인원)가 100만박을 넘어 103만5771박을 기록했다. 볼차노가 속한 알토아디제 지역 전체도 지난해 3820만박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올해 동계시즌에는 1480만박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고, 볼차노 지역의 숙박일수 증가율은 12.5%에 달했다.


하늘길도 넓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31일부터 인천~밀라노 노선에 A350을 투입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기존 로마뿐 아니라 북부 이탈리아로 직접 들어가는 선택지가 늘면서 돌로미티와 북부 호수, 베로나 등으로 이동하기도 쉬워졌다. 실제 국내 여행사들도 올해 돌로미티의 세체다·알페 디 시우시·트레 치메 등을 중심으로 한 트레킹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관광객을 대도시 밖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부는 인구 5000명 미만이면서 관광 특화지역으로 분류된 소도시를 대상으로 접근성과 이동수단, 도시재생, 환경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 동선을 만들고 지역 고유 문화와 생활을 관광 콘텐츠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베네치아·피렌체·로마 등 일부 지역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면서 지방 체류를 늘리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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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사는 이날 "이탈리아를 홍보하는 동시에 한국도 함께 알리고 있다"며 양국 관광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K컬처를 한국의 강한 소프트파워로 꼽으면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관광 매력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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