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 한국프로젝트 리더 인터뷰

'노노(老老) 돌봄' 지속 가능할까…가족 의존 돌봄의 구조적 한계
"본인이 하는 일 줄면 순식간에 쇠약해져…'자립지원형 돌봄' 중요"

편집자주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은퇴 전까지 자산을 불리고 위험에 대비하는 데 머물렀던 금융은 이제 노후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지, 건강과 돌봄은 어떻게 준비할지까지 고객의 삶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과 요양을 연결하는 시도가 본격화됐고, 해외 금융회사들은 건강·의료·생활지원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직접 돌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사업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한국·싱가포르·일본 금융회사의 시니어 전략을 살펴보고 금융과 돌봄의 결합이 어디까지 왔는지, 한국 금융권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돌봄을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적자를 내지 않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야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SOMPO Care) 웰빙사업부 해외사업실 한국프로젝트 리더. 솜포케어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SOMPO Care) 웰빙사업부 해외사업실 한국프로젝트 리더. 솜포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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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SOMPO Care) 웰빙사업부 해외사업실 한국프로젝트 리더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돌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금융·보험회사의 역할도 변화를 겪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예방 서비스부터 요양, 생활 지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솜포그룹은 2015년 요양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재 약 2만9000실의 시니어리빙 공간을 운영하며 질병 예방부터 임종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룹 차원에서 건강·요양·노후자금을 함께 다루는 웰빙 사업을 손해보험과 함께 주요 사업 축으로 키우고 있다.

사이토 리더는 일본이 먼저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도 단순히 요양시설을 늘리는 것 이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봄을 봉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제적 수익성과 고령자 돌봄이라는 도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후 돌봄에서 '예방·자산관리'로…日 고령자 수요 변화

사이토 리더는 지난 10~20년 동안 일본 고령자의 수요가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보험금 또는 신체적 돌봄을 받는 것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예방과 자산관리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남성은 8.7년, 여성은 12.1년 정도"라며 "가능한 한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살고 싶다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유사한 일본의 공적 개호보험 정책도 변화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개호'는 고령자 또는 환자의 일상을 돕는 돌봄을 뜻한다. 사이토 리더는 "개호보험 도입 이후 '제공형 개호급여'에서 '예방형 개호급여'로 방향이 전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며 "재원과 급여 관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가족구조의 변화도 보험과 요양 서비스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는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자가 다른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老老) 돌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사이토 리더는 "가족에만 의존해 돌봄과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단순히 개호자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거나 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종합적인 솔루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만으로 부족"…솜포가 직접 요양에 뛰어든 이유

[금융, 시니어를 품다]③"돌봄도 비즈니스"…고령사회 선배 日 SOMPO의 현실 조언 원본보기 아이콘

사이토 리더는 보험사가 단순히 요양 관련 보험을 판매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제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보험 본래의 사후적인 금전 보상만으로는 초고령사회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후 생활에 직접 다가갈 수 있는 현물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솜포는 질병 예방부터 요양 상태 진입, 임종까지 고령자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사이토 리더는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은 단순히 규모를 확대한다고 해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 부족'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2040년까지 2022년보다 약 57만명의 돌봄 인력을 추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초 전망보다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하면서 사람의 노동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과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장의 업무 효율화를 통해 추가 여력을 만들고, 이를 직원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에서는 고령자 본인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자녀를 지원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사이토 리더는 "가족 지원은 이제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존속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추산에 따르면 일을 하면서 가족을 돌보는 '비즈니스 케어러(Business carer)'는 2030년 약 318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생산성 저하나 이직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는 약 9조1000억엔(약 78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연간 약 10만6000명이 가족 돌봄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기업 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맡는 40~50대라는 점은 기업에도 부담이다. 사이토 리더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과 돌봄 양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 전용 상담창구 등을 통해 가족의 직장 경력을 지키는 것을 핵심 영역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돌봄 결합의 숙제…규제와 컴플라이언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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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리더는 일본의 경우 금융그룹이 요양·시니어 사업을 확대할 때 공적 개호보험 제도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금융소비자보호 등 여러 규제·컴플라이언스 과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먼저 공적 개호보험 체계와 관련해 그는 "개호사업의 수익 기반은 공적으로 정해지는 개호보수에 좌우된다"며 "공적 급여와 자비 부담의 보험 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데는 후생노동성의 엄격한 구분 규칙이 적용돼 가격·서비스 설계를 유연하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관련 문제도 있다. 돌봄 현장에서는 신체·인지기능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룬다. 이를 같은 금융그룹에 속한 계열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토 리더는 "현장에서 파악한 신체기능 등 민감정보를 그룹 내 보험·금융상품 영업이나 심사에 직접 활용할 수는 없다"며 "엄격한 동의 절차와 정보 차단을 위한 '파이어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역시 중요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는 당국 지침에 따른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이토 리더는 "친족이 함께 참여하거나 여러 차례 면담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돌봄 과정에서 쌓은 신뢰 관계를 금융상품 판매에 활용한다는 이해상충 의혹을 받지 않도록 높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돌봄도 수익 나는 사업 돼야"

사이토 리더는 한국이 시니어 사업을 확대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로 '해주는 돌봄'에서 '자립지원형 돌봄'으로의 인식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방식의 돌봄은 한 명의 고령자를 지원하는 데 매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로 돌봄 인력을 충분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해주는 돌봄'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면 순식간에 쇠약해질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책임 아래 직접 하도록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족 중심'에서 '본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이토 리더는 "고령자 본인은 원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요구하는 일이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현장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가족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돌봄을 받는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봄은 무엇보다 본인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이토 리더는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가 일본의 약 2.5배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속도면 고령자를 받아들일 돌봄 기반을 매우 빠르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 민간기업 등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업에 수익성이 없다면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간 영리기업은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참여하지 않고, 참여하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공급 기반을 만들지 않는다. 적어도 적자를 내지 않는 사업으로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 등 환경을 조성해야 고령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와 도덕을 함께 이해하는 사람 키워야"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 한국프로젝트 리더는 "돌봄 서비스는 무엇보다 본인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에는 '자신답게 살아가는 일상을 지원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솜포케어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케어 한국프로젝트 리더는 "돌봄 서비스는 무엇보다 본인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에는 '자신답게 살아가는 일상을 지원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솜포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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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리더는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시니어·요양사업에 진출할 때 '경제와 도덕의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제적 수익성'과 고령자를 돌본다는 '사회적 가치' 중 한쪽만 중시해서는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이 두 요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돌봄 사업이 가진 특성은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인 사업 운영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사회복지법인 등이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각 사업자가 자신의 역할을 이해한 뒤 지역에서 서로 협력할 때 복지사회가 의미를 갖는다"며 "경쟁하는 모습도 물론 필요하지만 지금은 경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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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고급 시니어 서비스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해야 할 일은 돌봄 비용으로 인해 국가를 흔들 수 있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 국민을 위한 돌봄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말하는 '일반 국민'은 고소득자가 아니라 중산층의 보통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업태가 서로 협력하면서 이 국가적 난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화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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