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저협, 신탁 등록 기준 재논의
하루 9만곡 쏟아지는 AI 음악
단순 프롬프트 생성물은 등록 제외
AI 도구·활용 방식·창작 내용 신고
허위 신고 땐 최대 3배 위약벌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과 인간의 창작적 기여 판단 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음저협 제공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과 인간의 창작적 기여 판단 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음저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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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음악이라도 인간이 실질적으로 창작한 부분은 저작권 신탁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해 AI가 생성한 음악은 제외하되, 작사·작곡·편곡 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되면 해당 부분에 한해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AI 음악이 급증하는 가운데 'AI 사용 여부'가 아닌 '인간의 실질적 창작 기여'를 기준으로 저작권 관리 체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설지혜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음악 창작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막을 수 없다면 저작물로 편입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제도화하고, 제도 내에서 규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달 3일 인간이 실질적으로 참여한 AI 활용 음악을 신탁 등록할 수 있도록 기준을 시행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같은 달 25일 이를 철회했다. 이날 토론회는 당시 불거진 쟁점을 공개적으로 재논의하고 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고와 입증'이다. AI를 활용한 음악을 신탁 등록하려면 신고서에 AI 사용 영역과 도구명, 활용 방식, 인간이 직접 창작한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창작자가 실제 제작 과정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인간과 AI의 기여도를 숫자로 나누지는 않는다. 현행 기술로 양측의 기여도를 객관적인 비율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작사·작곡 등 영역별로 인간의 창작 기여를 따진다. 예컨대 작곡은 AI가 했더라도 사람이 직접 쓴 가사의 창작성이 인정되면 작곡 부분을 제외한 가사만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파일 등 제작 기록은 기본 제출 서류에서 제외한다. 대신 음저협이 AI 활용 여부나 인간의 창작 기여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곡의 증빙자료를 일괄적으로 받기보다 확인이 필요한 사례를 선별해 검증하는 방식이다.


AI 활용 저작물을 별도로 심의하는 절차도 마련한다. 내부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창작자에게 사유를 통보하고 30일간 소명 기회를 준다. 이후 제출 자료와 기술적 확인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허위 신고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인간의 실질적인 창작 기여가 없는 AI 산출물을 인간 저작물로 신고하면 우선 시정을 요구하고, 바로잡지 않을 경우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AI 산출물을 등록해 사용료를 받았다면 부당 수령액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내부 심의를 거쳐 부당 수령액의 3배 이내에서 위약벌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설 변호사는 "AI 활용 사실과 인간의 창작적 기여도, 허위 신고의 고의성을 사후에 입증하려면 저작물 신탁 단계부터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음악, 막을 수 없다면 제도 안으로…'인간 창작' 기준 논의 원본보기 아이콘

AI 생성 음악을 둘러싼 검증 문제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명이 다수의 음악을 등록해 사용료 163억원을 받은 사례가 공개됐다. 음저협은 이들을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은 지난 7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등록된 음악이 AI 생성물인지를 확인할 수단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단순 명령어 입력이나 오탈자 수정을 넘어 AI 산출물을 직접 수정하고 독창적으로 배열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창작 기여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역시 결과물의 선택·수정 과정과 명령어 작성 방식 등을 토대로 인간의 관여 정도를 판단한다.


AI가 음악 제작 전반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시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는 하루 평균 15만곡이 새로 유통되고 있다.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에는 지난 6월 하루 평균 9만곡의 완전 AI 생성 음악이 유입됐다. 이종필 뉴튠 대표는 "대량의 AI 음악 유통에 대응할 새로운 권리관리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AI 탐지 기술만으로 저작권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 기술은 음악 전체가 AI로 생성됐는지를 판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보컬·반주·악기 등 일부 영역의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탐지 결과는 인간의 창작 기여를 판단하는 보조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음악 저작권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결 과제로 '제작 이력 표준화'를 꼽았다. 박태용 서경대 교수는 "국내법상 저작물 허위 등록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지만 AI 개입 여부를 기재할 표준 항목이 없어 제출된 설명의 허위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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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명령어 입력 내역과 수정 기록 등 인간의 창작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이력을 구조화하고 이를 AI 탐지 기술과 교차 검증하는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AI 음악의 권리는 생성 버튼을 누른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적 기여와 투명한 이용 허락 경로를 어디까지 입증하느냐에 달렸다"며 "이에 답하지 못한 음원은 창작자의 자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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