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北 비핵화 고집하면 아무것도 못해"…'핵 동결-제재완화' 강조
李대통령,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트럼프만이 김정은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어"
유엔서 평화·공존 구상 제시
"北 매년 핵무기 10~20개 추가 생산 가능"
대미투자엔 美 가스발전·원전 8기 검토
호르무즈 파병 등 트럼프 대통령 비판엔 "입장 이해"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당장의 협상 목표로 삼기보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우선 동결하고 그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북핵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만 고수할 경우 협상 자체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평가하며 북·미 대화 재개에도 기대를 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에서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약 70분간 진행한 이 같은 내용의 이 대통령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우선 멈추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와 양보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은 뒤 핵무기 감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구상이다.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환경을 만들어 비핵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비핵화만을 고집하는 데 대해서는 보다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폐기하기보다는 '동결→감축→비핵화'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취지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 다시 끌어안았고, 특히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과 무기를 보내면서 북·러 관계가 더욱 밀착됐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북핵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추정으로 북한은 현재 연간 10~20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능력이 있거나 이미 생산하고 있을 수 있다"며 핵무기와 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해외에 팔아 돈을 벌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고 했다.
교착 상태를 풀 열쇠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활용해 북·미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YT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953년 정전 이후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과의 개인 외교를 재개하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세 차례의 북·미 정상 만남이 비핵화 합의로 이어지지 못한 데다, 지금의 김 위원장은 당시보다 협상력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복원되고 북한 경제도 다시 성장하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합의를 절박하게 필요로 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에서 이러한 한반도 구상을 국제사회에 직접 설명한다. 23일 유엔(UN) 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공존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아울러 NYT는 북핵 문제와 함께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상·안보 현안에도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이행을 놓고 한미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NY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텍사스에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미국 전역에 원자력발전소 8기를 짓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놓고 한미 간 막판 조율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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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 대통령은 최근 여러 사안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동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여러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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