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점검
"부동산 대책 효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 잡는 게 핵심"
5년간 아파트 가격 연 8.2%(작년~현재 서울 평균) 상승 시
매도 유인 있는 다주택 가구 8.9% 불과…91.1%는 "안 파는 게 낫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서울 상승률인 8.2% 수준을 유지하면, 다주택 가구의 91.1%는 집을 안 파는 게 낫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반면 전국 아파트 상승률 수준인 1.1%로 안정될 경우, 집을 파는 게 나은 다주택 가구는 30% 이상으로 늘었다. 결국 정부가 지난달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잡는 것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5년 연평균 8.2% 오르면…다주택 가구 91.1% "안 파는 게 낫다"
한은은 22일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를 연 뒤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부동산 대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2026년 세제개편안'(재정경제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금융위원회),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국토교통부) 등을 발표했다. 한은은 "(이번 대책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을 경우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가격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신규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번 대책의 효과는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매도 유인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향후 5년간 아파트 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이 지난해 이후 전국 아파트 상승률 수준인 1.1%에 그칠 경우,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기간인 2027년 중 주택 매도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 비중이 30.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지난해 이후 수도권 아파트 상승률인 3.5% 수준으로 안정돼도 다주택 가구의 19.8%에서 매도 유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평균 기대 상승률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인 8.2%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매도 유인이 있는 가구 비중은 8.9%로 낮아졌다. 나머지 91.1%는 안 파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는 한은이 2027년 중 주택을 매도해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혜택을 받은 뒤 매도대금을 국고채 5년물 금리로 운용하는 경우와,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높아진 보유세를 부담하되 임대소득(전월세전환율×전세가율로 산출한 임대수익률 3% 적용, 2025년 이후 수도권 평균)과 주택가격 상승률에 따른 자본이득(미실현)을 얻는 경우 각각에 대해 2030년 시점의 순자산을 한은이 산출·비교한 결과다. 전자가 후자를 상회하는 가구를 매도 유인이 있는 가구로 정의했다.
총량목표 1.5%→3.0%…가계대출 증가세 재확대 유의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양도세제가 개편되고 공시가격 수준에 따라 세 부담 증가 폭이 차등화되면서 대책 전후 시장 반응도 주택가격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과세 강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가주택은 매도 물량이 늘고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아파트 가격은 대책 발표 전인 7월27일 대비 강남구에서 1.28%, 서초구에서 0.94% 하락했다. 반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주택 매수 수요가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중랑구 3.46%, 성북구 3.36%, 서대문구 3.15%, 강북구 2.92%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서울 외곽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여전히 높은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주택관련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정책당국은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주택가격 기대심리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취약성지수 46.5, 장기평균 도달…"가계부채 비율, 연말 70% 후반 갈 것"
한편 국내 금융시스템은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을 바탕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취약부문 부실 가능성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대출 증가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금융불균형 축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부문별 소득 개선 정도가 차별화되고 있어 금리 상승 과정에서 취약부문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장 부총재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 장기 시장금리 움직임,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어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 금융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2026년 7월 19.3, 8월 19.5로 최근 주의단계(12~24)에서 소폭 상승했다. 중장기 금융불균형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2분기 말 46.5로 9분기 연속 상승하며 장기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가계신용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다.
장 부총재보는 "3분기에도 현재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는 걸로 추정된다"면서도 "7, 8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주가 조정에 따른 레버리지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상승 폭은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시장에서는 가계신용 증가세가 확대된 반면 기업신용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은 주택가격과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택관련대출과 기타대출 증가 폭이 모두 전분기보다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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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계부채 비율은 큰 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말 85.3%로 전년 말(88.1%)보다 하락했다. 장 부총재보는 "올해 말 기준으로는 70% 후반 선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계부채를 포함한 민간신용 레버리지 하락이 반도체 수출 급증 등에 따른 경제성장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향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축소를 비롯한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디레버리징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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