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리 등 법률구조 수요는 증가
1000만원 이하 소송 98%는
한쪽 이상 변호사 미선임
53개 시군구는 상주 변호사 0명
등록 변호사 76.5% 서울에 집중
공단 변호사도 정원보다 35명 부족
대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8월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경남 통영까지 갈 생각을 했다. 집 근처 법률구조공단 사무소에는 원하는 날짜에 상담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영출장소에 빈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예약했지만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다. 이후 부산지부에 예약했다가 조금이라도 빨리 상담받으려고 통영출장소를 다시 알아봤다. 사정을 들은 공단 직원이 "대구에서 오기엔 너무 멀다"며 가까운 곳을 찾았고, 결국 상담 장소는 경북 김천으로 정해졌다.
A씨 사례는 변호사 4만명 시대에도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로스쿨 도입 이후 매년 1700명 안팎의 변호사가 배출됐지만,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제때 받지 못하는 국민은 여전히 많다.
변호사 늘어도 법률구조 수요 여전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법률상담은 2021년 118만4692건에서 지난해 91만164건으로 4년 새 23% 줄었다. 반면 소송대리 등을 포함한 법률구조 실적은 같은 기간 14만2855건에서 14만8157건으로 늘었고, 형사 법률구조는 1만1253건에서 1만7519건으로 약 56% 증가했다. 민간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계층의 법률지원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법률구조 실적 증가에는 지원 대상과 범위가 넓어진 영향도 있다. 임금체불, 불법사금융, 개인회생·파산처럼 생계와 맞닿은 사건은 소송대리나 변호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공단은 지난해 미성년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한부모를 무료 법률구조 대상에 포함하고 소상공인 지원 범위도 넓혔다. 채무상속 위기의 아동·청소년과 장기소액연체자, 재난 피해자 지원도 확대했다.
문제는 이런 수요를 공공 영역이 모두 떠받치긴 어렵다는 점이다. 공단은 전국에 18개 지부와 42개 출장소, 74개 지소를 두고 있지만 지난해 말 소속 변호사는 정원 145명보다 35명 적은 110명에 그쳤다. 일반직을 포함한 정규 인력도 644명으로 정원(781명)에 못 미쳤다.
소액사건 10건 중 8건 '나홀로'
민간 법률시장에서도 변호사 이용 문턱은 높다. 국민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소액 민사사건은 대부분 변호사 없이 진행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4년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은 50만7804건이었다. 이 가운데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이 81%였고, 양쪽 모두 선임한 경우는 2.3%에 그쳤다.
소송가액이 작아질수록 변호사의 빈자리는 더 커진다. 1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38만6430건 가운데 적어도 한쪽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은 98%에 달했다. 전체 민사 본안사건 80만5366건 가운데 1000만원 이하 사건도 45만6803건으로 56.7%를 차지했다.
배경은 비용에 있다. 받아내려는 금액이 수백만~1000만원 수준인데 변호사 비용까지 들이면 승소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 승소하더라도 실제 지급한 변호사 비용을 모두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패소자가 부담하는 변호사 보수도 소송가액에 따라 제한된다. 결국 소송 실익과 비용을 따져 선임을 포기하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 몰린 변호사…53곳은 '무변촌'
지역에 따라서도 법률서비스 접근성 격차는 벌어진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252개 시·군·구 가운데 상주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이른바 '무변촌'은 53곳이다.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지역의 법률서비스 공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편중은 등록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등록 변호사 3만9276명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은 3만33명으로 76.5%를 차지했다. 개업 변호사도 전체 3만2240명 가운데 2만4557명이 서울회 소속이다. 늘어난 변호사들이 지역별 법률 수요에 맞춰 고르게 분산되지는 않은 셈이다.
지방 로스쿨의 지역인재 양성도 지역 편중을 해소하지 못했다. 상당수 졸업생이 취업과 수임 여건 등을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인재 선발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전원협의회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과 연계한 지역 정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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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무변촌마다 변호사 한 명을 두기 어렵다면 여러 지역을 묶어 법률상담과 자문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지방 로스쿨 정원을 늘리되 지원을 받은 학생이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공공 법률서비스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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