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중 일부만 인용돼 소송비용 일부 부담
충남도 "추심 여부 별도 판단할 예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 씨가 충청남도에 자신을 상대로 한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해 달라는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김 씨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충청남도에 공식 민원을 신청했다"며 "이 사안을 소송심의위원회에 올려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지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정 전까지는 추심을 유보하고 회부 여부와 심의 일정도 답해 달라고 했다"며 "회부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와 근거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 씨에게 성폭력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강진형 기자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 씨에게 성폭력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강진형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지난 18일에도 김 씨는 입장문을 내고 충남도에 소송비용 추심 포기와 소송심의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충남도의 배상책임이 인정됐지만, 김 씨의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는 않으면서 소송비용 일부를 김 씨가 부담하게 된 데서 비롯됐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 씨에게 성폭력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김 씨는 2020년 7월 안 전 지사의 성폭력과 이후 발생한 피해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며 안 전 지사와 충남도를 상대로 약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5월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총 8347만원을 배상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5347만원에 대해서는 충남도 역시 안 전 지사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행위가 도지사의 직무집행과 관련돼 있어 충남도에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2025년 3월 안 전 지사가 지급할 전체 배상액을 약 8304만원으로 일부 조정하면서도 충남도의 공동배상 책임 부분은 유지했다. 이후 김 씨와 안 전 지사, 충남도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같은 해 4월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김 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전체가 인정된 것은 아니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소송비용 일부를 김 씨가 부담하게 됐다.

충남도는 이후 법원에 김 씨가 부담할 소송비용의 구체적인 액수를 정해 달라는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을 냈다. 김 씨는 법원이 산정한 비용 중 다툴 부분이 있다며 현재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충남도는 "승소하거나 일부 승소한 사건의 경우 소송비용 확정 결정을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다"며 "법원이 액수를 결정한 뒤 실제 비용을 회수하거나 추심할지는 별도로 결정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행 '충청남도 소송사무 처리 규칙'에는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지난 8월 31일부터 시행된 이 규칙은 소송비용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공익 추구나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권익 보호 등의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경우 추심을 포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비용 추심 포기 여부는 충청남도 소송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도 포함돼 있다.


김 씨는 이 규정을 근거로 자신의 사건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추심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김 씨는 "충남도청은 저의 일터이자 소속 노동자를 보호했어야 할 지방정부"라며 "충남도가 청구한 소송비용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지금 제게는 생계와 치료를 이어가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데 절실히 필요한 돈"이라고 밝혔다.

AD

그러면서 그는 "법적 절차에 시간과 힘을 쓰는 만큼 일상 회복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부담을 겪게 된다고 호소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21일 논평을 내고 충남도에 소송비용 추심 포기를 요구했다. 단체는 충남도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권리구제 절차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소송심의위원회 회부를 촉구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