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전 내정으로 경쟁 훼손" 지적
약 974억 청구 모두 기각…내달 2심 시작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교체된 건설사들이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입찰보증금 반환 등 약 1000억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시공사 사전 내정과 추석 선물 등 금품 제공이 쟁점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 13-2부(재판장 이규흥)는 국내 건설사 4곳이 부산의 한 재개발 재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내달 16일 진행한다.
압도적 표차로 시공사 선정됐는데…교체 통보에 소송
앞서 이들 건설사 측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8년 입찰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전후를 불문하고 조합 임원·대의원·조합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이행각서와 서약서를 제출했다. 위반하면 시공자 지위 박탈과 입찰보증금의 조합 귀속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컨소시엄은 그해 11월 조합 총회에서 1229표를 얻어 55표에 그친 경쟁 사업단을 이겼다. 당시 지상 49층 아파트 26개동, 4568가구를 짓는 약 9000억원짜리 공사로 알려진 사업이었다. 건설사들은 이후 입찰보증금 60억원을 납부했다.
건설사들과 조합 간 분쟁은 금품 제공 등 문제가 불거지며 시작됐다. 조합은 2021년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했다. 기존 컨소시엄 건설사들이 낸 입찰보증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시공사를 교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를 수행했다면 얻었을 이익의 배상과 입찰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1심은 "입찰 자체가 무효"라며 건설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시공사 사전 내정과 금품 제공 등으로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 조합장이 입찰 공고 전부터 특정 건설사를 시공사로 내정한 듯한 발언을 하고, 내부 정보와 임원·대의원 명단을 제공한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실제로 당초 200억원이던 입찰보증금도 건설사들의 반발로 60억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이 입찰공고 전부터 조건에 의견을 내고 요구를 관철한 점을 사전 내정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컨소시엄의 압도적인 득표에 대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피고 조합원들이 알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시공자 선정에 관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과 선택권이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서약 전 선물이라 괜찮다?…외주 홍보 담당자 행위도 책임 판단
추석 선물은 입찰보증금 반환 청구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건설사들이 2018년 8~9월 대의원회에 다과와 비품을 제공하고, 그 무렵 조합 임직원에게 추석 선물로 과일과 육류를 준 사실을 인정했다. 홍보 담당자가 전 조합장을 위해 회의 식대 137만원을 대신 낸 사실도 언급했다.
건설사들은 "서약서를 제출하기 전의 일이었고, 액수가 작아 선정 결과에 미친 영향도 미미하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약정상 시공사 선정 전후의 금품 제공이 모두 금지된다고 짚었다. 수주 목적으로 제공했다면 서약서 제출 전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대를 낸 홍보 담당자가 외부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담당자가 건설사 명함을 사용해 활동하고, 대의원 접촉 지시를 받아 내부 회의에서 업무를 보고한 점 등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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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입찰의 공정성 훼손과 금품 제공 금지 약정 위반 등을 이유로 보증금도 전액 조합에 귀속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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