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챗GPT에 영장·조서 줄줄…경찰 안보수사 '이 지경'
영장부터 진술조서, 수사 보고서까지 올려
7건 중 6건 안보수사 부서…보안의식 구멍
박상웅 "지휘·감독 책임자까지 문책해야"
경찰이 보안을 유지해야 할 수사기밀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다수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안보수사 조직에 위반 사례가 집중됐다. 국가안보·산업기밀 수사를 이끌어 가야 하는 경찰의 보안체계에 허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내부 자료를 챗GPT 등 외부 AI 플랫폼에 업로드한 보안규정 위반 사례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유출된 수사자료는 구속영장 신청서, 압수수색 영장, 피의자 진술조서, 수사·입건 전 조사(내사) 보고서 등 4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규정 위반 사례 7건 중 6건은 안보수사 부서에 집중됐다. 서울청 안보수사과는 지난해 1월 구속영장 신청서, 범죄사실 문서 등 수사자료 11건을 챗GPT에 업로드하려다 적발됐다. 전남청 안보수사과는 올해 3월 압수수색 영장과 수사 보고서 등 4건을 챗GPT에, 경기북부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5월 내사 보고서와 압수수색 영장 신청서 등 6건을 클로드에 업로드했다가 적발됐다.
이 밖에도 대전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5월 피의자 진술조서, 신문 파일 등 7건을 유출했다. 충남청 안보수사과는 이메일 압수 영장 등 수사자료 9건을 챗GPT에 올렸고, 경기남부청 안보수사과는 통신허가서와 통화 내역 등 자료 3건을 클로드와 챗GPT에 업로드해 보안규정을 어겼다.
안보수사 부서가 아닌 유일한 사례는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다. 반부패수사1계는 지난 3월 '○○○ 부회장님' 음성 녹음 등 수사자료 4건을 유출했다.
압수수색 영장과 수사 보고서 등 수사자료에는 대상자의 신원부터 확보한 증거, 수사 진행 상황 및 향후 수사 방향까지 담길 수 있다. 이 같은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거나 생성형 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사건 관계인의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수사 분야 AI 활용을 늘리고 있는 경찰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본청 치안인공지능기반과는 전국 경찰관서에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 시 주의사항' 공문을 여러 차례 하달했다. 수사자료 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유출 사례가 안보수사 부서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각 시도청 안보수사대는 내부망에서도 신상정보를 가릴 만큼 보안에 각별한데, 정작 수사기밀을 외부 AI 등에 유출하는 일이 잇따른 것이다. 수사 역량에 앞서 보안 역량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기관 포섭 대상 떠오른 경찰…AI 일 맡기다 '구멍'
생성형 AI 등을 통한 수사자료 유출뿐 아니라 외국 공관원과의 부적절한 접촉 정황까지 드러났다. 경찰청은 "경북청 소속 경찰관이 접촉신고 없이 주한 외국 공관원과 연락한 정황이 발견돼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정보를 중국 측에 유출한 혐의로 경북청 소속 정보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다만 경찰청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해당 정보관에 관한 것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대공·산업기밀 수사를 사실상 전담하게 된 경찰은 각국 정보기관의 주요 포섭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한 형법 개정안 시행으로 안보수사 영역이 넓어진 만큼 외부 인사와의 접촉부터 수사자료 관리까지 보다 엄격한 보안의식이 요구된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배대희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은 최근 경찰 내부망에 ▲외국 공관원이 회의에서 한 차례 만난 경찰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커피를 마시자고 여러 차례 연락하거나 무료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제안 ▲현금 제공을 대가로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 신상정보 요청 등 사례들을 직접 언급하며 방첩업무 규정 준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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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웅 의원은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경찰이 영장과 피의자 조서, 보고서까지 외부 AI에 넘겼다는 것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경찰의 보안체계가 무너졌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인 수사기밀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안보수사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출 경위와 수사에 미친 영향을 전면 조사하고 지휘·감독 책임자까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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