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 수산부' 조직적 횡령·배임 의혹 정황
검찰, 올해 4월부터 참고인 조사

편집자주농협의 유통 사업이 12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적자에 시달리는 농협하나로유통을 농협경제지주가 흡수하고, 전국 하나로마트 점포 운영은 농협유통에 맡기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고품질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농협의 유통 조직은 구조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수의계약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하고, 농수산물 상품 가격을 부풀려 백마진을 챙겼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로마트에 들어갈 농수산물 구매 권한이 권력이다. 아시아경제는 하나로마트의 농수산물 구매·납품 과정을 추적하고, 농협개혁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과제를 점검한다.


[단독]檢, '4년 캐비닛' 묵힌 하나로마트 구매비리 꺼냈다[백마진의 세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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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농협경제지주 산하 농협유통의 농수산물 구매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농·어민으로부터 농수산물을 매입해 전국 하나로마트에 납품·판매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는 등 농협의 매입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된 가운데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다음 달 폐지되는 만큼 조직적 구매 비리 의혹을 규명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국원)는 농협유통 수산부 상품기획자(MD)들의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범죄 첩보를 확보해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2022년 대검찰청이 범죄 첩보를 입수해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넘긴 것으로, 4년 넘게 계류하다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2012년부터 10년간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매장을 운영하면서 수산물을 납품하던 A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MD들의 갑질과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내용을 집중 캐물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당시 농협유통에서 수산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와 MD로 일하던 C씨(퇴사), D·E씨 등에 대한 횡령·배임 정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MD로 근무하던 이들 중 한 명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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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유통은 2021년 농협의 유통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농산품 구매 권한을 농협경제지주로 떼어줬지만, 수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매입권은 아직도 갖고 있다. B씨 등 MD들은 매장 입점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거나 수산물 납품 과정에서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고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2021년까지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수산물 수수료 매장을 운영했던 A씨는 검찰 조사에서 C씨로부터 매장 계약 연장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500만원을 요구받은 뒤 거절하자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사실 등을 진술했다. A씨는 양재점에서 수의계약 형태로 약 10년간 수수료 매장을 운영했지만 C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양재점이 갑자기 공개입찰로 계약 형태를 변경했고 B씨가 밀어주는 'ㅂ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업체가 그 대가로 수산부장이던 B씨에게 현금을 건넨 정황 등을 검찰에 진술했다. 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MD들의 조직적인 농협 자금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수산물 구매 담당자들이 특정 업체와 공모해 실제 매입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그 차액을 차명계좌를 통하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 등을 진술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추석맞이 할인대전 기념식에서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추석맞이 할인대전 기념식에서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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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A씨 등은 농협유통의 수산 건어물 브랜드 '바다상회'가 비자금 조성 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다상회는 농협유통에서 만든 브랜드로 주문자위탁생산(OEM)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농협유통이 바다상회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제조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부풀린 뒤 그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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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들 MD의 범행으로 인해 수산물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뒤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농협유통 관계자는 "당시 (수산부) MD로 있던 4명 중 1명만 검찰에 출석해 면담했다"며 "나머지 3명은 아직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수사·기소 분리 기조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다음 달 2일 사라진다. 다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인 올해 12월31일까지 수사가 가능한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농협의 조직적인 구매 비리를 규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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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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