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 아니면 자진시정 기회 준다
구두 임대차 등 경미한 위반
당정, 자진 정부기간 부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투기 목적이 아닌 구두 임대차와 고령농 휴경 등 경미한 농지법 위반에 대해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하고 정상화·양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가 농지조사를 통해 농민의 땅을 뺏어간다'는 등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한 데 따른 보완대책이다. 다만 실제 농사를 지을 의사 없이 시세차익·개발이익·보상 등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한 투기성 위반은 원칙대로 원상회복·처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당정은 21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을 논의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준병 의원은 "투기와 중대한 불법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관행적이고 경미한 위반은 정상적인 농지이용관계로 정상화한다는 기본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먼저 스스로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한다. 기간 내 정비가 어려운 경우에는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면 처분 의무를 유예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정비 기간은 올해 안에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정한다. 농업인끼리 편의상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한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하는 등 투기와 무관한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공유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수 공유자의 동의를 거쳐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조사 기간 내 농지은행에 위탁 임대할 경우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을 예정이다.
불법 전용으로 확인된 농지도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사후 양성화 기회를 부여한다.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적법한 전용 절차를 거쳤다면 농지에 설치할 수 있었던 시설임에도 허가·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은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은 사후 전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농지보전부담금 부과 등을 거쳐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 등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업진흥지역을 야적장·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는 엄정 조치한다. 농식품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사례,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사례 등을 대표적인 투기 유형으로 제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도시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122명이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를 취득한 뒤 전 소유자에게 경작시키며 422억원 규모의 투기이익을 편취한 사례는 농지 투기의 전형적 사례"라며 "이 같은 중대한 투기와 불법 전용 유형은 법에 따라 원상회복 명령과 필요시 처분명령도 함께 부과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사후 전용 추인의 대상·절차를 담은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농지법 개정도 병행할 계획이다. 농지 매입과 농지연금 등 농업 구조개혁·농지시장 안정화 사업의 예산 증액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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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국민들에게는 불이익·불편이 없도록 조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조사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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