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엔 AI·반도체·재생에너지 계통 보강 추가 반영
345㎸ 지중화 비용 가공선로의 8배
4분기 전기요금 동결…재원 마련 과제

송전망 73조도 빠듯한데 지중화까지…커지는 한전 부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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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인공지능(AI)·반도체 시대에 맞춰 대규모 전력망 확충에 나서면서 210조원을 넘어선 부채가 다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확정된 송·변전망 투자에만 2038년까지 72조8000억원이 필요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신규 전력수요가 추가되고 있어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송전선로 지중화까지 확대될 경우 실제 투자비는 기존 계획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


송·변전망 72.8조는 시작…12차 계획서 투자 더 늘어난다

21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송·변전망 확충에 총 72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제10차 계획 당시 56조5000억원보다 16조3000억원(28.8%)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지중 송전선로 증가 등이 투자비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72조8000억원이 전력망 투자비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한전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제12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존 계획 이후 구체화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보강 수요가 반영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12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망에 맞춘 계통안정화 설비를 보강하고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의 건설 시기와 규모도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의 입지에 따라 필요한 송전망의 위치와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전력망 관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잇달아 면제했다. 대상은 교류(AC) 송전 5개, 직류(DC) 송전 4개, 변환소 6개 등 15개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14조2000억원에 이른다. 신해남~서인천복합발전소 HVDC에 1조9000억원, 신해남~당진화력 HVDC에 1조5000억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비 늘어나는데 전기요금은 동결

한전의 자체적인 재원 마련 여력도 제한적이다. 한전은 이날 올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2022년 3분기 이후 18개 분기 연속 같은 수준이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조정되지 않아 4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특히 한전이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씨유 가격 등을 토대로 산정한 4분기 필요조정단가는 ㎾h당 +7.3원이었다. 하지만 연료비조정단가는 ㎾h당 ±5원 범위에서만 적용할 수 있어 실제 요금에는 +5원까지만 반영됐다. 산식상 필요조정단가와 실제 적용단가 사이에 ㎾h당 2.3원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요금뿐 아니라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한전의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은 대규모 투자를 앞둔 한전의 재무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과거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할때마다 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와 차입이 급증했다.

송전망 73조도 빠듯한데 지중화까지…커지는 한전 부채 부담 원본보기 아이콘

지상보다 최대 8배 비싼 지중화도 변수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중화 요구가 커지는 것도 투자비를 끌어올릴 변수다. 지상에 철탑을 세우는 가공 방식보다 송전선을 땅속에 묻는 방식은 건설비가 크게 늘어난다.


한전 표준공사비를 보면 154㎸ 송전선로의 경우 관로 방식 지중선로는 ㎞당 약 100억원으로 가공선로 15억2000만원의 약 7배다. 345㎸ 송전선로도 전력구 방식 지중선로는 ㎞당 약 258억원으로 가공선로 32억2000만원의 약 8배다.


신규 국가기간전력망 3887㎞를 모두 지중화한다고 가정하면 약 89조원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나온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 6월 신규 송전선로 전체를 지중화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필요한 일부 구간에 한해 지중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지중화가 아니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지중 구간이 늘어나면 기존 계획보다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다.


흑자에도 부채 210.7조…관건은 재원

한전의 재무여력은 이미 빠듯하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6월 말 부채는 21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차입금도 같은 기간 129조8000억원에서 133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약 115억원이다.


정부가 한전 자본 확충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정은 지난달 한전에 대한 정부 출자 방침을 내놨다. 정부의 한전 출자는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구체적인 출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본을 늘려 한전의 투자·차입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전도 회사채 외의 재원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받아 전력망 건설에 활용하는 약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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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송전망 투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적기에 집행해야 하는 투자"라며 "한전의 현재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를 자체 자금이나 회사채 발행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정부 지원을 포함해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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