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협상 위태…22일 국회 보고 다시 미뤄질 듯
대미투자 첫 프로젝트 발표에 난항
美 추가 요구, '상업적 합리성' 쟁점
국회 보고 17→22일로 연기됐는데
협상 진통으로 내일 보고도 불투명
한미가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첫 프로젝트를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합의한 투자 원칙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한미가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22일로 잡혔던 산업통상부의 국회 보고 일정도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1일 아시아경제 측에 "내일 오전 9시 30분에 산업통상부의 비공개 국회 보고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국회로부터 내일 일정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오늘 중으로 다시 일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 첫 대미투자 사업과 조건을 비공개 보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과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자 22일로 한차례 일정을 미룬 바 있다.
보고 일정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첫 투자사업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는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에 합의하면서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나머지 2000억달러는 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AI) 등 전략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2000억달러 투자에 대해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사업만 추진하고 연간 투자액도 최대 200억달러로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첫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기존 합의를 적용하는 방식에 추가 요구를 하자 협상이 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여건이 달라질 경우 투자를 중단할 수 있는 장치와 여러 사업의 손익을 함께 따질 수 있는 구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 200억달러 투자 한도와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담는 문제에서도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미국 측이 요구한 사업의 위험 부담을 누가 질지도 쟁점이다. 첫 투자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내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전제돼야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또 '엄브렐라식 특수목적법인(I-SPV)'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사업이 원활한 프로젝트의 이익을 당겨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와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 선임 등도 명확하게 이번 합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첫 프로젝트의 조건을 놓고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것은 이번 사업이 향후 2000억달러에 이르는 전략투자의 사실상 첫 선례이기 때문이다. 첫 사업에서 투자금 회수나 손실 방지 원칙이 느슨해질 경우 이후 투자 협상에서도 비슷한 조건이 반복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첫 사업 발표의 속도보다 어떤 조건으로 첫발을 떼느냐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정부 안팎에서는 협상 좌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17일 국회 보고를 연기하면서 미국과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최근에는 파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순탄하지 않다는 점을 직접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제가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얘기하는 중"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추진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의 협상 진통을 장기 표류나 협상 결렬의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에도 한미는 3500억달러 투자라는 큰 틀에 합의한 뒤 직접투자 규모와 집행 방식,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몇 달씩 이견을 보였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계기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결국 정상 차원의 협의를 거쳐 직접투자를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집행하는 절충점을 마련했다. 이번 협상 역시 상당수 쟁점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에서 막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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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거듭된 국회 보고 지연이 마지막 조건을 놓고 양측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대미투자 협상의 승부처는 첫 사업을 언제 발표하느냐보다 지난해 확보한 안전장치를 실제 계약에 얼마나 온전히 담아내느냐가 될 전망이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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