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납팹 李 임기 내 가동 불가…선거용 정치쇼"
정부 독파모 사업은 긍정 평가
TSMC 생산능력 포화…"삼성 파운드리 절호의 기회"
국민성장펀드로 팹리스 지원 제안

편집자주대한민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공지능(AI) 기본법을 제정했다. 법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 법과 제도는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을까. 아시아경제는 [AI룰메이커] 기획을 통해 AI 관련 입법을 주도해 온 정치인들을 만나보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모색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대통령 임기에 맞춰 급조한 선거용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임기 내 가동이 어려운 데다, 완공 시점에는 반도체 시장과 주력 제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 의원은 지난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수년에 걸쳐 검토하는 반도체 투자를 불과 몇 달 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업을 압박해 대통령 임기 안에 성과를 보여주려는 선거용 정치쇼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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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2030년 6월 가동 목표에 대해서도 "산업 현장을 아는 사람이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력과 용수, 송전망은 물론 생산·연구개발 인력과 협력업체까지 갖춰야 한다"며 "모든 조건이 잘 풀려도 실제 가동까지 8~10년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받지만 그때도 시장이 같은 제품을 원할지는 알 수 없다"며 "기업의 투자 일정은 대통령 임기가 아니라 시장과 기술의 시간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서는 미국과 격차가 있지만 추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고 의원은 "AI 경쟁력은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 데이터라는 세 요소로 봐야 한다"며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현재 약 8000억개 안팎의 파라미터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이어가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하고 평가를 거쳐 참여 기업을 압축하는 방식은 과거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 구상했던 방향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딥시크를 단기간 추격의 사례로 들며 "우리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자 모델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해 의료·국방 등 분야별 AI 개발의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TSMC의 생산능력이 포화되고 테슬라와 오픈AI 등이 삼성과 협력을 확대하는 지금이 삼성 파운드리에 절호의 기회"라며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국내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팹리스 스타트업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좋은 기술이 있어도 시제품 제작에 큰 비용이 들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해 시제품 제작 단계부터 과감하게 지원하고 국내 파운드리와 연계해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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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하나.

▲AI 경쟁력은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 데이터라는 세 요소로 봐야 한다.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현재 약 8000억개 안팎의 파라미터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선도 모델과 격차가 크지만,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를 따라잡는 데 과거처럼 10년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활용 기반도 갖춰지고 있어 이제는 제대로 실행하는 일이 남았다.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

▲정부가 정예팀에 GPU를 지원하고 단계평가를 거쳐 지원 대상을 압축하는 방식은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 구상했던 방향이다. 현재 3개 팀이 최종 2개 팀으로 압축되면 개발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최종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해 여러 기업이 의료·국방 등 분야별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메모리에만 머물지 말고 비메모리 산업 전반을 키워야 한다. TSMC의 생산능력이 포화되고 테슬라와 오픈AI 등이 삼성과 협력을 확대하는 지금이 삼성 파운드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국내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팹리스 스타트업에는 국민성장펀드 등을 활용해 시제품 제작부터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기가 있는 곳에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왜 꼭 반도체 공장이 가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이 발표됐다. 통상 수년에 걸쳐 검토하는 반도체 투자를 번갯불에 콩 볶듯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기업 협박 정치쇼'가 아닌지 의문이다. 정부가 입지를 정한 뒤 기업에 따라오라고 할 게 아니라 기업이 입지를 선택하고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


-2030년 가동 목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호남 팹을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30년 6월에 맞춰 가동하겠다는 것은 산업 현장을 아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된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은 물론 '생산인력의 남방한계선은 평택, 연구개발 인력은 판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인력과 산업 생태계 문제도 크다. 모든 조건이 잘 풀려 8~10년 뒤 가동한다고 해도 그때 시장이 지금과 같은 HBM을 원할지는 알 수 없다. 기업의 일정은 대통령 임기가 아니라 시장과 기술의 시간표에 따라야 한다.


-중국의 기술 추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가전과 TV,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을 허용했다. 반도체도 낸드플래시는 약 1년, 메모리는 2년, HBM은 3년 정도의 격차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미국이 첨단 장비 수출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추격 속도는 훨씬 빨랐을 것이다. 중국 정부와 공무원들이 산업과 기술을 깊이 이해하면서 기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AI 인재를 확보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고 집중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AI·반도체 핵심 인력에 대한 병역특례를 확대하고 대기업도 필요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제와 보상체계도 연구개발 현장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기업인 출신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현행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기업인의 정치권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해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주식을 무조건 매각하도록 하는 대신 재임 중이나 퇴임 후 일정 기간 거래를 금지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을 아는 기업인이 국회에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국회의 의사결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기업은 시장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략을 다시 짜지만 국회에서는 법 하나를 만들고 규제 하나를 고치는 데 몇 년씩 걸린다. 반도체특별법도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기업에 있을 때는 시속 200㎞로 달리는 차 안에 타고 있는 듯했지만, 국회에 오니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뒤따라가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기업에 세계 시장에서 이기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정치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며 실제 결과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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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정치 싸움만 잘하는 정당'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정부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데서 끝나지 말고 반도체 산업을 앞으로 10년간 어떻게 키울지, AI 시대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 삶과 기업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국민의힘에 맡기면 경제와 산업만큼은 제대로 한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보수정당의 경쟁력은 과거를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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