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매출도 반영하라는 방송 플랫폼…TV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재점화
정부보다 먼저 기준 꺼낸 플랫폼
방송 연계 코드 상품 매출 전액 포함 요구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 근거 될라"
정부 세부 논의 미착수, 연내 개정 불투명
정부가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기준(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유료방송 플랫폼 업계가 먼저 공동 건의안을 마련했다. '방송 연계 상품 코드'가 붙은 상품이라면 주문 경로나 판매 방식과 관계없이 해당 상품에서 발생한 매출을 모두 방송 매출로 인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홈쇼핑 업계는 플랫폼 측 요구가 수수료 인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면서 양측간 갈등이 재점화 조짐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관한 공동 건의안을 만들었다. 최근 실무 회의에서 건의 내용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연계 상품 코드' 붙은 상품 전액 반영해야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IPTV·SO·위성방송 채널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전년도 수수료와 방송 매출, 플랫폼 가입자 수, 채널 번호 등을 고려해 사업자 간 협상으로 정한다. 하지만 수수료 산정에 사용하는 매출과 가입자의 범위를 놓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매년 분쟁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2017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데 이어 2023년 대가 산정 요소와 협상 절차 등을 개정했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방송상품 판매총액과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증감을 수수료 협상에 기본적으로 반영하도록 한다. 모바일·인터넷에서 판매된 방송상품 매출과 시청 데이터 등은 사업자들이 합의한 범위에서 반영한다.
플랫폼 업계의 공동 건의안은 2023년 가이드라인에서 양측의 합의 대상으로 남겨둔 모바일·인터넷 매출의 반영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해 달라는 게 핵심이다. 플랫폼 업계는 '방송 연계 상품 코드'가 붙은 상품이면 주문 경로나 계약·판매 방식과 관계없이 발생한 매출을 모두 방송상품 판매액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담 전화뿐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몰에서 이뤄진 주문도 포함하자는 것이다. 정률·정액·혼합·직거래 등 계약 방식도 구분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인접 채널 등의 채널 사용료 증감도 수수료 산정 때 고려하도록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도 시청 데이터 등 기타 홈쇼핑 방송 관련 요소가 고려 대상으로 들어 있지만 실제 반영 범위는 사업자 간 합의에 맡겨져 있다. 플랫폼 업계는 각 요소를 협상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하도록 명문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협상 기간을 늘려 달라는 요구도 담겼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계약 종료일부터 기본협상 5개월과 추가 협상 최대 3개월을 두고 있다.
송출 수수료 오르면 부담, 정부는 '아직'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매출 등을 방송 성과로 일률적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방송에 소개된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포털 검색이나 가격 비교, 앱 할인 행사 등을 보고 구매했다면 TV 방송이 구매를 이끌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 연계 상품에서 발생한 모든 매출을 방송 매출에 포함하면 채널 기여도가 부풀려져 송출 수수료를 유지하거나 올리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채널 사용료의 증감을 고려 요소로 명시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플랫폼이 인접한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한 비용까지 홈쇼핑사에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는 플랫폼의 공동 건의안에 맞설 업계 차원의 의견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TV홈쇼핑협회의 '2025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지난해 유료방송사에 지급한 송출 수수료는 1조9212억원이었다. 전년보다 0.8% 줄었지만 같은 기간 방송 매출도 2조6424억원에서 2조6181억원으로 0.9%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73.3%에서 73.4%로 오히려 높아졌다. 송출 수수료는 2016년 1조2086억원에서 지난해 1조9212억원으로 9년 만에 59% 늘었다.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도 2021년 59.9%에서 지난해 73.4%로 13.5%포인트 상승했다. 수수료 총액은 최근 소폭 줄었지만 방송 매출이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홈쇼핑사가 체감하는 부담은 커진 셈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을 다시 개정하기로 했다. 매출액과 가입자 수 등 협상 자료를 미리 검증하고, 대가검증협의체가 송출 수수료 조정안을 산정·제시하도록 역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 마련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유료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동한 민관협의체는 지금까지 서너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콘텐츠 사용료 문제를 우선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개정안은 아직 정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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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가이드라인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개정 논의가 늦어지면서 올해도 명확한 기준 없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방송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송출 수수료가 낮아지지 않으면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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