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계획 1년 새 13%p 급감
명절 간편식·수입과일 선호도 늘어

추석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전을 부치고 차례상을 준비하던 풍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핵가족화와 가치관의 변화, 고물가가 겹치면서 차례를 지내는 집조차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추세다.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예서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3 추석차례상 시연 행사에서 전통 차례상 차림 및 차례 예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예서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3 추석차례상 시연 행사에서 전통 차례상 차림 및 차례 예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바뀌는 명절 풍경, 상차림도 최대한 간소하게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가 40%에서 27% 수준으로 급감하며 1년 만에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명절 상차림 예시. 정부 웹사이트

전통적인 명절 상차림 예시. 정부 웹사이트

원본보기 아이콘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추석 성수기 주요 과일류 구매 행태 및 공급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27.3%에 그쳤다. 차례 장소는 '본가'가 51.3%로 절반을 넘는 등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본인 집은 21.2%, 친인척 집 18.7%, 성묘지 또는 종중 시설은 7.7%였다.


차례를 지내는 집 중 절반이 넘는 50.9%는 '상차림을 간소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엄격한 전통 예법 그대로 차례상을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20.1%에 불과했다. 이어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준비하거나 '직접 만든 음식과 구매 제품을 섞어서 쓴다'는 반응이 뒤를 이었다.

"재료비만 30만원 훌쩍"… 장보기 물가 폭등에 한숨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은 단연 꺾일 줄 모르는 '장보기 물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애호박 1개 소매가격은 2279원으로 전년 대비 48% 가까이 폭등했고, 전을 부칠 때 필수인 계란(10구 4194원)과 대두유 국제가격도 각각 10.2%, 39.9% 치솟았다. 이에 비해 올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만3750원(4인 가족, 전통시장 구매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1% 올랐다.

2026년 9월 18일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상무금요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9월 18일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상무금요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직장인 최모씨(53)는 "갈비찜과 잡채, 전 재료비만 해도 40만원을 우습게 넘겨 부담"이라며 "특히 추석에 송편은 직접 빚는 것이 번거로워 미리 사고 얼려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명절 상뿐만 아니라, 친척들을 맞이하느라 드는 음식값이나 자잘한 집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전 부치느니 사먹고 말죠"…추석에 차례 지내는 집 10곳 중 3곳도 안돼 원본보기 아이콘

제수용품의 구성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차례상에 수입 과일을 올리겠다고 답한 가구는 38.8%로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수입 과일로는 바나나(61.3%)가 가장 많았고 수입 포도(46.2%), 오렌지(23.6%)가 뒤를 이었다. 국산 과일 중에서는 사과(97.4%)와 배(96.0%)가 필수 품목으로 꼽혔으며, 단감(60.4%), 포도(45.4%), 감귤(25.6%) 순으로 나타났다.

유통가 강타한 '명절 간편식' 열풍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계의 실적으로도 직결되고 있다. 이마트의 최근 전과 떡갈비 등 명절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고, 롯데마트와 컬리 등 주요 유통사들도 관련 가정간편식 판매량이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발맞춰 이마트는 앱을 통한 모둠전 사전예약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수요 선점에 나섰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가게에서 차례상에 올릴 전을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가게에서 차례상에 올릴 전을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명절 문화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윤모씨(32)는 "추석 연휴에는 안 모이고, 전 주에 산소를 방문하는 정도로만 하는 것으로 바꾼 지 몇 년 됐는데 집안이 평화로워졌다"며 "추석에는 부모님도, 자녀들도 각자 자유 일정을 보내며 쉬거나 여행을 가고, 친척끼리는 1년에 한 두 번 정도 따로 외식한다"고 전했다.

AD

연구원 측은 이번 조사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구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고, 차례를 지내는 가구에서도 상차림 간소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명절의 의미가 점점 '합리성과 휴식' 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명절 상차림 간소화 및 간편식 선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