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22년 소환한 주택 공급절벽 정쟁
AD
원본보기 아이콘


"(주택가격이 급등한) 단기적 원인으로 보면 2022년, 즉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토지거래 허가를 풀어서 특정 지역의 집값이 폭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배경을 묻는 말에 전 정권과 야당 출신 현 서울시장의 정책을 탓했다. 4년 전 결정이 현재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84주째 오르면서 역대 최장 기록인 85주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대로면 이번 주 최장 기록에 도달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제시한 통계 자체는 맞다. 전국 주택 착공은 2021년 58만가구를 넘었지만 2023년 24만가구대로 주저앉았다. 서울 주택 인허가 역시 2021년 8만가구대에서 2023년 3만가구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런 '팩트' 자체가 당시 정부와 지자체의 선택으로 나타난 결과일 뿐일까. 당시 금리와 자금 사정,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이 쉽게 사업에 뛰어들 여건은 아니었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2023년 1월 3.5%로 뛰었다. 2022년엔 레고랜드 사태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줄이 막혔다. 3년 새 공사비는 30% 안팎 올랐다.


땅을 확보하고 허가를 받아도 첫 삽을 뜨지 못하는 사업장이 쏟아졌다. 어느 정권이 집권했어도 피하기 어려웠을 물량 감소다. 지난 7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한 전문가는 2022년 주택 착공 상황에 대해 "정책 요인보다 자재비·공사비가 오른 대내외 여건 악화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전임 시장 시절 정비구역 390여곳이 해제된 것도 지금의 입주 가뭄을 부른 원인이다.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통상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 공급 부족을 단순히 직전 정부와 야당 출신 지자체 시장 탓만 할 순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언급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 당시 정비사업 허가 건수를 공개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정쟁으로 흐르는 것이다.


거시경제 여건을 무시한 채 정치적인 결정을 원인으로 내세우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며칠 전 발표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연장안이 단적인 예다. 공급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규제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나면 슬그머니 미루는 땜질 처방이 반복된다.

AD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 때 줄었나'를 가리는 정쟁이 아니다. '무엇이 집을 짓지 못하게 했나'를 찾아 막힌 곳을 푸는 일이다. 공급 절벽 위기에 정치적 책임 공방을 따질 때가 아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