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kg 빼려다 앞이 캄캄"…위고비·오젬픽 맞고 시력상실 겪은 美환자들 소송
"GLP-1 투약 후 NAION 발생" 주장
지금까지 인과관계 명확히 규명 안 돼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 주사를 맞은 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를 겪은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투약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손상된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WSJ는 미셸 페넬(53·여)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오른쪽 눈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경험했다. 정면은 볼 수 있었지만 오른쪽과 아래쪽이 잘 보이지 않아 마치 어항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2주 뒤 의사는 페넬에게 NAION 진단을 내렸다. 그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약 6개월 동안 오젬픽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개인 상해 전문 로펌은 2025년 이후 뉴저지주 법원에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투약하다 NAION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신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90건이 넘는 소송을 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도 GLP-1 치료제가 NAION을 유발했으며 회사들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송이 별도로 제기돼 있다.
다만 GLP-1 치료제와 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할 경우 NAION 발생 위험이 투약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약 2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위험이 2배가 되더라도 NAION 자체가 매우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투약자 1만명당 약 2명 정도가 NAION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한 안과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이 거의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 치료를 시작한 후 첫 6~18개월 사이에 NAION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노보 노디스크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연구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이유로는 NAION을 분류하는 연구방법이 서로 다르고,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중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원래부터 NAION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관련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very rare)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관련 제품의 유럽 내 설명서에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영국·일본·호주·뉴질랜드에서도 관련 경고 또는 정보가 들어갔다.
노보 노디스크의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투약한 뒤 NAION이 발생한 환자 27명이 150만달러(약 21억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으며 추가로 38건이 심사 중이다. 이는 희귀·중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로, 독립기관인 덴마크 환자보상청이 보상 여부를 심사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해당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약물이 NAION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소송에 맞서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시신경 질환 전문의 존 J. 첸 박사는 "환자가 자신의 위험과 약물의 이익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약물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약물의 이점이 위험보다 클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히 몇㎏ 정도 체중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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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검안협회는 GLP-1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안과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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