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달라질 필요 없다"…125년을 지켜온 설립자의 뜻
최대 3인 수상·심사자료 50년 비공개…집단연구·AI 시대, 공로를 가리는 기준

편집자주1901년 첫 시상 이후 125년. 과학은 한 명의 천재가 발견하던 시대에서 수천 명과 인공지능(AI)이 함께 연구하는 시대로 변했다. 아시아경제는 노벨상 125년을 통해 과학적 발견의 주체와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노벨상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지를 7회에 걸쳐 살펴본다.
애덤 스미스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NPO) 최고과학책임자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애덤 스미스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NPO) 최고과학책임자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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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달라질 필요가 없습니다."


노벨상과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노벨재단 산하 기관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NPO)의 애덤 스미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6'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125년 뒤 노벨상이 무엇을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바꿀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수상 인원이나 심사 절차가 아니라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 업적을 기린다는 노벨상의 근본적인 역할이었다. 발견의 혜택이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인류의 이해를 넓히는 일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견 방식이 달라진 지금도 최대 3인 수상과 심사자료 비공개 규정은 유지되고 있다. 수천 명이 함께 발견하는 시대에도 한 상의 공동 수상자는 최대 3명이다. 인공지능(AI)이 연구에 참여해도 누구의 공로인지 가려야 하고, 수상자를 결정하기까지의 심사자료는 최소 50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설립 취지는 변하지 않지만, 날로 달라지는 과학의 현실을 수상 규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유언장이 남긴 뜻, 정관이 정한 규칙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재산을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업적에 대한 상금으로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 국적을 고려하지 말라는 뜻도 명시했다. 1901년 첫 시상 이후 노벨상이 지켜온 기본 원칙이다.

한나 셰르네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NPO) 총괄책임자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한나 셰르네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NPO) 총괄책임자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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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셰르네 NPO 총괄책임자도 이날 인터뷰에서 "노벨상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여러 격동기를 거쳤지만,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업적을 기린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립 취지가 수상의 목적을 제시한다면 정관은 이를 시행하는 규칙을 정한다. 노벨재단 정관 제4조는 한 상의 상금을 3명을 초과해 나눌 수 없도록 규정한다. 제10조는 후보 추천과 심사에 관한 조사·의견을 비공개로 하고, 관련 자료에 대한 외부 접근은 수상 결정 후 최소 50년이 지난 뒤에야 수상기관의 판단에 따라 허용할 수 있도록 한다. 50년이 지나면 모든 기록이 자동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최대 3인 제한과 50년 비공개는 노벨의 유언장에 직접 적힌 내용이 아니라 노벨재단 정관에 근거한 규정이다. 정관에는 개정 절차도 마련돼 있다. 설립자의 뜻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모든 운영 규정을 영원히 바꾸지 않겠다는 뜻은 아닌 셈이다.


"수상자를 찾는 일은 수사와 같다"


에바 올손 스웨덴 차머스공대 교수 겸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은 수상자를 찾아내는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누가 최초의 연구를 수행했는지 식별하는 일은 수사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발견을 선정하는 일뿐 아니라 그 발견에 이르는 최초의 기여를 확인하는 일도 심사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에바 올손 스웨덴 차머스공대 교수 겸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이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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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 명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에서도 수상자는 최대 3명으로 제한된다. 올손 교수는 "대규모 공동연구에서도 최초의 연구를 수행한 사람이 소수인 경우가 많다"며 "미래에 어떻게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최대 3인에게 수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자료를 최소 50년간 비공개로 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올손 교수는 "필요하다면 기존 규정을 재평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50년 비공개 원칙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AI의 등장은 과학자의 공로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앨리슨 노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겸 영국 왕립학회 부회장도 이날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AI와의 협업이 늘어나는 만큼 연구자의 기여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는 과학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이며, 새로운 유형의 과학으로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어떻게 더 투명하게 보고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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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CSO는 약 35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며 발견한 공통점으로 끈질긴 탐구를 꼽았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놓지 않는다"며 "정말 답을 알고 싶은 질문 하나를 찾아 끝까지 파고든다"고 말했다.


다만 발견의 가치를 처음부터 알아보는 것은 아니었다. 스미스 CSO는 "발견했을 당시에는 그것이 노벨상을 받을 만큼 근본적으로 중요한 성과가 될 줄 몰랐다는 수상자가 대부분"이라며 "연구의 진정한 중요성이 드러나기까지는 여러 해, 때로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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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지키려는 것은 125년 전의 연구 방식이 아니라 인류의 이해를 넓힌 발견을 기린다는 설립자의 뜻이다. 집단연구와 AI 시대에 그 뜻을 누구에게, 어떤 근거로 적용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남을 과제다.


스미스 CSO는 "인류에게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노벨상이 그런 탐구와 이해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한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25년 노벨상 시대를 담다]⑥노벨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묻다 원본보기 아이콘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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