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NR 부편집장, 국토부 주최 'GICC 2026' 기조연설자로 방한
韓 기회 늘어난 미국 시장, 발주처 비용 통제·계약 관행 점검 필수
"미국 공공기관도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의 제프 루벤스톤 뉴스·기술 부편집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민간 사업자가 미국 민관협력사업(PPP)에 참여할 때 간과하기 쉬운 리스크를 묻자 "예상 못 한 지연이나 비용 급등은 민관 관계를 틀어지게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해외건설협회가 주관한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 2026'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기조연설도 맡았다. 1874년 창간한 ENR은 매년 해외 매출 등을 기준으로 '세계 250대 건설사'를 발표하는 미국 건설 전문 매체다. 국내 건설사들도 해외 실적과 경쟁력을 비교할 때 ENR 순위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 투자개발형사업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제안한 건설사업 10여개를 국내 기업에 설명했다. 정부가 해외 사업을 먼저 받아 와 기업에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지분을 투자해 사업에 참여하고 우리 기업이 EPC를 맡는 투자개발형 사업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미국 사업 참여가 늘수록 현지 발주처의 비용 통제와 계약 관행을 따져볼 필요도 커진다. 미국 건설 동향을 가까이서 지켜본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미국 공공기관이 공사비에 엄격한 배경으로 PPP의 목적을 들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미국 공공기관은 장기 비용을 통제하려고 PPP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민간 파트너 쪽 비용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비가 오르는 데다 자재값까지 출렁이면서 수년 앞을 내다보고 사업비를 잡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가격 협상이 깨져 본공사 계약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올해 미국 대형 건설사 키윗(Kiewit)이 참여한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재건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키윗은 1단계 사업자로 참여해 설계를 약 70%까지 진행했지만, 2단계 시공비를 놓고 발주처인 메릴랜드교통청(MDTA)과 합의하지 못했다.
MDTA는 키윗의 제안액이 자체 사업비 추정치를 크게 웃돈다며 지난 4월 시공 계약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가격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다음 단계 계약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단계적 설계·시공 일괄방식(Progressive Design-Build·PDB)의 '오프램프'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키윗은 기존 1단계 계약 업무는 계속 수행하고 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시공 단계 예상 비용이 공공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높았다"며 "발주기관은 계약 조항에 따라 키윗과 시공 단계 계약을 이어가지 않고 다시 시장에서 사업자를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공사비 외에도 노동·환경 규정이 사업 일정과 비용을 흔드는 변수다. 연방 지원을 받는 일부 공사는 프로젝트 노동 협약(PLA)을 맺어야 하고 현지 적정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환경 심사와 소송으로 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도 "인허가와 노동 규정, 정치적 변화가 모두 미국 PPP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국토부가 G2G(정부 간 협력) 외교력과 정책 자금 지분 투자를 지렛대 삼아 안전한 진출 활로를 뚫는 것도 이 때문이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미국 프로젝트의 계약과 사업 수행 방식도 외국 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건설사업 다수는 여전히 설계-입찰-시공(Design-Bid-Build)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시공사는 각 작업에 필요한 여러 하도급 업체를 찾아 고용하고 비용과 위험까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설계·조달·시공(EPC) 업무를 회사 안에서 수행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공공기관과 직접 해온 외국 건설사라면 장기 목표가 서로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이나 합작(JV)으로 일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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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안착한 외국 기업 사례로는 현지 기업 인수를 들었다. 그는 "일부 대형 글로벌 EPC 기업은 기존 미국 기업을 인수해 자사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다졌다"며 "현지 기업 전문성과 글로벌 기업의 폭넓은 자원이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고 했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스페인 ACS 산하 터너건설과 이집트 오라스콤건설이 인수한 와이츠를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았다. 루벤스톤 부편집장은 "한국 기업 중에서도 자회사를 통해 미국 건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곳이 있다"며 두산이 미국 소형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한 사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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