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60명 중 1명 꼴 감염
성접촉·마약 사용 증가 탓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성인의 60명 중 1명꼴로 확산해 피지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피지 정부는 최근 HIV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피지 전체가 봉쇄되거나 여행금지에 들어간 것이 아닌 HIV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보건 비상사태다. 지난해 피지의 신규 HIV 확진자는 2016명이다. 이는 2019년의 16배 수준이며, 전년보다 27% 급증한 것이다.

지난 4월20일(현지시간) 피지 수바의 한 도로에 HIV 예방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20일(현지시간) 피지 수바의 한 도로에 HIV 예방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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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피지 성인 약 60명 중 1명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5년 전에는 167명 중 1명 수준이었다. 특히 임산부 가운데 50명 중 1명이 HIV 감염자로 추정돼 신생아 감염이 심각하다. 지난해 HIV 양성 상태로 태어난 아기는 59명이었는데 이 중 18명이 돌 이전에 사망했다.

안토니오 랄라발라부 피지 보건부 장관은 HIV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해 "이 전염병의 심각성과 우리나라에 시급하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약속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도 피지가 세계적으로 HIV 신규 확진자가 매우 가파르게 늘어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짚었다.

UNAIDS에 따르면 작년 기준 피지 내 HIV 감염자는 총 9100명으로 인구 약 92만명인 피지 성인 인구의 약 60분의 1에 달했다. 하지만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한 환자는 39%,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이는 22%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AFP에 따르면 피지 HIV 감염 급증은 크게 성접촉과 주사기 공동 사용 두 가지 경로와 연관 있다. UNAIDS 자료를 보면 감염 경로가 확인된 HIV 사례 중 절반 이상이 성적 접촉을 통해, 42% 이상이 주사기 공동 사용 등 약물 투약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레나타 람 UNAIDS 피지 담당 국장은 "2019년 무렵부터 주로 성매매 종사자 집단 안에서 '초고위험군'에 속하는 마약 사용자들이 등장하면서부터 HIV 감염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피지는 지리적으로 중남미·아시아에서 호주·뉴질랜드로 향하는 마약의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해 코로나19 기간 이후 이 지역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코카인 등의 유입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해외 범죄조직이 현지 협력자들에게 현금 대신 마약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마약이 피지 국내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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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피지 당국은 무료·자발적·비공개 HIV 검사 확대, 감염 전 예방 약물 요법 실시, 감염자 무료 치료 등을 통해 HIV 예방·치료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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