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 개관 48주년 기획전 '지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삼도수군해방총도' 등 미공개 유물…10월24일까지

지도 한 장에는 길만 그려져 있지 않다. 어디에 산을 크게 그리고, 어떤 마을에 이름을 붙이며, 무엇을 기호로 남겼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을 나누고 이해했던 방식이 드러난다.

가문의 선영과 주변 지형을 새긴 목판 ‘갑산선영도’. 산과 하천, 마을과 묘역을 선택적으로 표현해 한 가문이 공간과 장소를 기억하고 기록한 방식을 보여준다. 온양민속박물관

가문의 선영과 주변 지형을 새긴 목판 ‘갑산선영도’. 산과 하천, 마을과 묘역을 선택적으로 표현해 한 가문이 공간과 장소를 기억하고 기록한 방식을 보여준다. 온양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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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이 개관 48주년을 맞아 옛 지도에 담긴 조선 사람들의 공간 감각을 들여다보는 기획전 '지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열었다. 18일 개막한 전시는 다음 달 24일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유물을 포함해 지도와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지도를 하나의 완성된 그림으로 감상하기보다 선과 기호, 축척과 방위에 담긴 정보를 하나씩 '읽는 법'에 초점을 맞췄다.


눈길을 끄는 유물은 '아산 삼도수군해방총도'다. 19세기에 제작된 8폭 병풍으로 충청·전라·경상 삼남 지방의 수군 배치와 해안 방어 체계를 지도에 펼쳐놓았다. 봉수대와 수영·병영·산성을 서로 다른 기호로 표시하고 군현별 선박과 병력 수, 군량미의 양, 수영까지의 거리도 기록했다. 풍경을 그린 그림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기면 조선의 군사 정보와 행정 체계를 집약한 일종의 '데이터 지도'인 셈이다. 2020년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갑산선영도'에는 또 다른 세계가 들어 있다. 경남 합천의 진주 강씨 선영과 옛 진주 일대를 새긴 목판이다. 용덕산과 황강, 대암 등의 지명과 함께 가문의 묘역을 기록했는데, 진주 강씨 묘에는 방향까지 세세하게 표시한 반면 다른 성씨의 묘는 원형으로 간략히 표현했다. 객관적인 지형도라기보다 한 가문이 기억하고 구분한 공간에 가깝다. 지도에서 무엇을 크게 그리고 무엇을 생략하는지가 곧 그 지도를 만든 사람의 시선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런 지도의 성격을 네 갈래로 나눠 읽는다. 1부 '산수와 유람'에서는 산과 강, 명승을 그린 지도를 통해 자연을 감상하고 유람했던 옛사람들의 시선을 살핀다. 실제 명승을 찾아가는 여행뿐 아니라 지도와 그림을 펼쳐놓고 상상으로 산천을 유람했던 문화도 함께 소개한다.

백석을 깎아 만든 휴대용 해시계 ‘앙부일구’. 반구형 해시계에 시간선과 절기, 방위를 새겨 시간과 계절, 방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온양민속박물관

백석을 깎아 만든 휴대용 해시계 ‘앙부일구’. 반구형 해시계에 시간선과 절기, 방위를 새겨 시간과 계절, 방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온양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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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간과 질서'의 키워드는 측정이다. 백리척을 비롯해 축척과 거리, 방위가 지도 안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됐는지를 보여준다. 땅의 모습을 닮게 그리는 데서 나아가 넓은 국토를 재고 체계화하려 했던 지식의 흔적이다.

3부 '정보와 언어'에서는 지도를 하나의 시각언어로 바라본다. 행정구역, 역참, 봉수, 성곽 같은 정보가 문자와 색, 모양이 다른 기호로 압축됐다. 현대 지도에서 지하철역과 도로, 병원 등을 서로 다른 표식으로 구별하듯 옛 지도에도 당시 사람들이 공유했던 기호의 문법이 있었다.


마지막 4부 '장소와 품격'은 지도에 스며든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을 짚는다. 풍수에 따라 정한 명당과 선산,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의 모습이 한 가문의 역사와 함께 기록됐다. 지도가 국토를 내려다보는 국가의 눈이 될 수도, 집안의 뿌리를 기억하는 사적인 기록이 될 수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도와 맞닿은 옛사람들의 과학적 공간 인식도 만날 수 있다. 백석을 깎아 만든 소형 해시계 '앙부일구'에는 30분 간격의 시간선과 24방향, 24절기, 한양의 북극고도까지 새겼다. 시간과 계절, 방향과 위치를 하나의 작은 기구 안에 압축했다.


1978년 설립된 온양민속박물관은 올해 개관 48주년을 맞았다. 이번 전시는 옛 지도를 과거의 내비게이션으로만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도에 남은 선 하나, 기호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것은 땅의 모양만이 아니다. 그 땅 위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겼으며, 어디를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는지가 함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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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충남 아산 온양민속박물관에서 10월24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4시30분 마감한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추석 연휴인 9월23~24일은 휴관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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