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항로, 홍해 장악한 후티
사우디군, 사령관 작전능력 문제로 연패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국제유가를 흔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전 세계에 원유를 공급해오던 사우디의 홍해 항로가 후티 반군에 장악되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 차질뿐 아니라 본토 안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까지 공습경보가 내려졌을 정도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최고 수준의 무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사우디가 왜 이렇게 밀리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사태가 앞으로 중동 정세와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호르무즈 대체 항로된 홍해 항로…새로운 교전지역으로 부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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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지고 있는 홍해 지역 교전은 그동안 전쟁이 이어져 온 호르무즈 해협과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비교적 잠잠했던 곳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교전지역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이후 중동 석유 수출이 홍해 항로로 옮겨간 사정이 자리하고 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량은 거의 5배 가까이 늘어나며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항로로 자리를 잡았고, 이로 인해 유가가 안정세를 찾자 이란이 후티 반군을 움직여 홍해 항로 공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오랫동안 예멘 후티 반군을 배후에서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7월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후티 반군 대표단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란이 후티 반군 측에 홍해 공격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후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군, 사우디와 4년간 이어오던 휴전을 깨고 예멘 남부 홍해 해안 도시들을 잇달아 급습했으며, 사우디-예멘 연합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해안지대 대부분을 내주고 말았다.


이란이 후티 반군을 움직인 배경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고 기존 종전합의 협상마저 무산되면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통제해 국제유가를 폭등시키면,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인플레이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사우디 공격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크게 줄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홍해 대체 항로를 통해 하루 470만 배럴씩 수출되던 원유가 이달 들어서는 12만 배럴로 급감했다. 드론 공습으로 송유관 시설이 파괴됐고, 남부 주요 도시들도 공습을 받았으며, 홍해의 관문인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 도시들이 잇따라 후티 반군에 함락되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길은 앞뒤로 모두 막혀버린 상태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 운임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동 전체 해안이 위험해지면서 유조선들이 아예 운항을 포기하거나 꺼리는 경우가 늘어 배편 섭외 자체가 어려워졌고, 최근에는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의 하루 운임료가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3억7000만 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막대한 국방비에도 연전연패하는 사우디…사령관이 문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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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이처럼 밀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국방비만 8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3조원이 넘는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가 65조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우디의 국방비가 약 50조원 가까이 더 많은 셈이다.


그럼에도 사우디의 전쟁 수행 능력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과의 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이긴 전투가 드물다. 후티 반군이 원래 예멘 정규군 소속 군인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단순한 테러 군벌조직으로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사우디와 예멘의 국력 차이를 고려하면 격차는 상당하다. 사우디는 예멘과 경제 규모에서 약 10배, 영토 크기에서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나라다. 게다가 예멘은 현재 예멘 정부, 후티 반군, 남부과도위원회 등 3개 세력으로 국토가 분열돼 있는 상태인데도 사우디-예멘 연합군은 계속 참패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군 사령관들의 자질 문제와 사우디군이 대부분 용병으로 구성돼 있다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군의 가장 큰 문제는 총사령관 자리를 왕족들이 돌아가며 맡는다는 점이다. 이 왕족들은 참전 경험이나 군사훈련을 받은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미국 유학을 다녀와 고위 관료로 일해온 인물들로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 이 때문에 무리한 작전 명령이 남발되면서 실패한 작전이 수없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병사들 구성도 문제로 꼽힌다. 사우디 국적 병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북아프리카나 다른 중동 지역에서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들로 채워져 있어, 애국심이나 높은 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험한 작전에 노출되면 제대로 싸우지 않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무기와 병력 면에서 열세인 후티 반군조차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최대 동맹국인 사우디가 계속 밀릴 경우 이란의 입지가 강해질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이번 예멘과의 교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빈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멘까지 지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이스라엘과 함께 사우디를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아 방공미사일, 정보자산, 무기 등을 우선 공급해왔지만, 이제는 중동에 대한 우선 지원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란과 협상재개 고심하는 美…중간선거 전후 트럼프 결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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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란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아시아에 전진 배치돼 있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이란 쪽으로 차출되면서, 현재 중국을 견제할 항공모함은 단 한 척도 배치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아시아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노골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견제 측면에서도 장기간의 안보 공백은 미국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안보 공백이 생기면 중국이 대만이나 한반도 등 어느 방향으로든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어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막대한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 투자 압박을 가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안보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그동안 대이란 강경 발언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물밑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공격 강도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 급감 소식에 국제유가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에 이어 경유 가격까지 오르면서 민생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을 다시 마련하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중간선거 직전까지 미국과 사우디를 최대한 몰아붙이며 자국에 유리한 시점에 협상을 성사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장 양측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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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간선거를 전후로 어떤 방향이든 이란 전쟁 자체에 대해 미국 정부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이번 전쟁에 투입된 예산만 380억달러, 우리 돈으로 52조원을 넘어섰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매달 2조~3조 원씩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동북아 안보 공백 문제까지 심각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에 결단을 내리거나, 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민주당 주도로 전쟁 종식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다.


예멘 후티반군이 뒤흔든 국제유가…사우디 연전연패 이유는[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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