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인터뷰
5대 시중은행, 임차인 저리대출 협의 막바지
임대인 전세퇴거자금 대출 지원 고려
예탁금 100조 조성…주택공급 재원 활용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75%입니다. HUG가 보장하는 기존 수익률 4.35%에 각종 부가 혜택을 더하면 월 5%에 육박하는 고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월세 전환율에 버금가는 월세 수익을 보장하면 가입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전세신탁)을 선보인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민간 전세계약을 공적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 금융 활성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 사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 임차인에게서 임대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에게 내줘야 하는 등 여유자금이 없어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을 못 하는 임대인들도 있다"며 "이들의 전세신탁 가입을 전제로 전세퇴거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용도로 집행된 전세퇴거자금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중 5대 은행과 전세신탁 가입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저리 전세대출 출시 협의도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전세신탁은 HUG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전세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선보인 제도다. 임차인이 HUG에 전세보증금을 맡기면 HUG가 임대인에게 수익을 매달 월세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HUG는 이달 말 첫 임대인 모집을 시작으로, 향후 100조원의 예탁금을 조성하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최 사장은 전세신탁 사업을 발판 삼아 HUG의 업무영역을 보증에서 주택금융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과거 주택은행도 보증뿐 아니라 직접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했다"며 "장기적으로 보증금 예탁을 통해 신탁금 100조원이 쌓이면 PF대출을 운용하고 생긴 여유자금 20조원으로 매입임대 사업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
-전월세 안심신탁제도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크지만 전세 물량은 줄고 있고 보증금을 떼일 우려도 여전하다. 나 또한 신혼 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밤잠을 못 이루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전세시장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제도의 맹점 때문에 국민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보증금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과거 '전세 에스크로'라는 이름으로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제도다. 전세 계약 과정에서 계약금만이라도 HUG가 보관을 해주는 방식을 제안했었다. 지난해 전세금을 원천적으로 보호해 전세사고를 차단하는 에스크로와 주택공급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에서도 신탁제도를 연구해보자는 권유가 있었다. 이후 3~4개월 동안 제도를 설계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보증금을 공적인 기구가 맡는 것에 대한 시장의 반발이 있다.
▲전세신탁은 의무 적용이 아니라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제도다. 시장의 거부감은 초창기 제도가 의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보호받고 은행의 전세대출을 통해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어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핵심은 임대인이다. 전월세 전환율에 버금가는 월세 수익을 보장하면 가입 안 할 이유가 없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75%다. HUG가 보장하는 기존 수익률 4.35%에 공실, 월세 연체 위험 해소와 각종 세제 등 부가 혜택을 더하면 월 5%에 육박하는 고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건설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의 가입 유도를 위해 추가로 고안한 유인책이 있나.
▲임대보증금을 HUG에 맡길 경우 건설임대사업자들이 잃게 되는 현금 유동성을 어떻게 보전할지 고민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감정가의 60% 수준인 HUG 모기지보증 한도를 70~7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증 한도가 상향되면 전세보증금을 예탁하겠다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모기지보증 한도를 올리는 것은 HUG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다. 최장 4년간 임대차계약을 할 경우 받을 월세 수익을 채권화해 유동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만가구의 보증금을 예탁받아 4년간 3000억원의 월세가 거둬진다고 가정하면 3000억원 규모의 채권 유동화를 통해 사업자의 현금 유동성을 보전하는 것이다. 전세 신탁에 가입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저리 전세대출 출시도 5대 시중은행과 협의 중이다. 현재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다. 이자율만 정하면 된다.
-근저당이 저당 잡힌 물건도 전세신탁 가입이 가능한가. 임대인 참여를 유도할 방안은.
▲임대인 집에 저당이 잡혀 있어도 전세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여유자금이 없어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을 못 하는 임대인들도 있다. 새 임차인에게서 임대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에게 내줘야 하는 경우다. 이런 임대인들을 위해 전세신탁 가입을 전제로 전세퇴거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는 저촉된다. 그러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적은 갭투자를 막는 것인데, 전세금을 HUG에 예탁하는 사례를 갭투자로 볼 수 없다. 전·월세 시장 안정이라는 순기능이 있다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예외로 할 수 있는지 금융당국과 협의할 것이다.
-전세신탁 예탁금을 주택공급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보증기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HUG를 단순 보증기관으로만 본다면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기관으로 본다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도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이미 대출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증금 예탁을 통해 신탁금 100조원이 쌓이면 PF대출을 운용하고 생긴 여유자금 20조원으로 매입임대 사업도 할 수 있다. 이미 든든전세를 통해 쌓은 노하우도 있다. 서울 빌라 한 가구가 평균 4억원이라고 치면 20조원으로 5만가구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 다양한 매입사업을 해서 공공임대로 대규모로 시장에 내놓으면 전월세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겠나.
-HUG 역할이 확대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보증공급 확대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 개별 사업장의 리스크뿐 아니라 기관 차원의 재무건전성도 체계적으로 살피겠다. 2023년 10월 PF 보증한도를 상향한 이후 보증을 승인한 사업장 중에서도 현재까지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 보증 발급 단계에서 면밀한 심사와 발급 이후의 철저한 사후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책 지원과 재무건전성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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