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한 고령층, 앱 예약법 몰라 '발 동동'
"앱 사용법 안내 필요…디지털 접근성 높여야"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접수처. 유치원·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지나자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부모들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병원 출입문 우측에는 '대기하지 말고 똑닥 접수하고 오세요'라 적힌 키오스크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 뜬 대기자 수는 16명. 문모씨(37)는 "퇴근 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했다"며 "미리 예약하면 현장에서 대기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손녀의 손을 잡고 병원에 온 한모씨(71)의 사정은 달랐다. 한씨는 간호사로부터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인근 병원 3곳을 전전했지만 모두 현장 마감하거나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며 "버스까지 타고 나왔는데 앱 예약을 몰라 헛걸음하게 생겼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아이, 부모 등 10여명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아이, 부모 등 10여명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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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빠르게 독감이 확산하면서 의료기관 방문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민간 플랫폼의 유료 멤버십 가입 및 이용 여부에 따라 진료 접근성이 달라지고 있다. 민간 플랫폼 이용 여부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차등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38주차)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32.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0명)보다 4배 늘었다. 질병청은 지난 1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21일부터 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다.

환자가 몰리는 독감 유행철에 민간 앱을 통한 사전 접수 방식이 현장 방문객의 진료 순서를 뒤로 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병원 접수·예약 앱 '똑닥'의 경우 오전·오후 정해진 시간에 모바일 접수창이 열리면 수십명의 대기열이 차는 모바일 오픈런이 일상화돼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문이 열린 직후 접수하는 현장 대기자를 제외하면 진료 시간 중 병원을 찾는 현장 방문객은 도착 시점에 이미 수십명 뒤 순번을 받게 된다. 앱 접수자가 현장 접수자보다 우선 배정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앱 접수자가 대기열의 상위 순번을 선점하면 현장 접수자의 체감 대기시간이 증가하는 구조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더 가혹하다. 똑닥 운영사 비브로스 관계자는 "플랫폼의 목적은 병원에서의 물리적인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현장 접수 물량 배정이나 응급환자 우선 진료 등은 개별 병원의 진료 방침과 판단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앱을 통한 예약을 안내하는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박재현 기자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앱을 통한 예약을 안내하는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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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민간 앱으로 진료 접근성에 차등이 발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법 개정 작업은 더딘 상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의료기관이 특정 앱을 사용하도록 강요해 의료기관 이용을 제한하거나 앱 사용 환자를 우대해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특정 앱 사용 강제를 막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플랫폼 운영자가 진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정상적인 대가를 받는 것도 금지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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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민간 앱의 편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앱 사용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민간 앱 도입은 대기시간을 줄이고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도 "다만 앱 사용법을 보다 쉽게 안내하고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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