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의 가장 작은 조연을 앞으로 불러낸 그림책 '오! 마늘'
익숙한 이야기를 아이의 질문 하나로 새로 읽다

마늘에도 어른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렇다. 희끗한 수염을 늘어뜨린 녀석이 있는가 하면, 눈썹을 잔뜩 치켜세운 녀석도 있다. 모두 마늘 한 쪽씩이다. 커다란 육쪽마늘이 '쩌억' 갈라지자 여섯 장로가 나타난다. 아이에게는 아마 단군보다 이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김희윤의 책섶]역사는 곰을 기억했지만, 아이는 마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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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이 쓰고 이수현이 그린 '오! 마늘'은 우리가 너무 잘 알아서 더는 궁금해하지 않던 단군신화에 사소한 질문 하나를 끼워 넣는다. 곰과 호랑이가 마늘을 먹었다는데, 그 마늘들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


질문이 생기자 신화의 풍경도 달라진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안 땅에서는 마늘들이 분주하다. 환웅의 신부가 되겠다며 곰과 호랑이가 시험에 나섰다는 소식에 마늘 마을이 술렁이고, 장로들은 지원자들의 얼굴까지 펼쳐놓고 회의를 연다.

호랑이는 평소 마늘밭을 망가뜨린 전력이 있는 요주의 인물. 곰은 상대적으로 온순하다. 마늘에도 궁리가 필요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곰의 인내와 호랑이의 실패' 뒤편에 마늘들의 사정이 하나 생긴 것이다.


이근형은 첫 그림책 '매니큐어 바르는 남자'에서도 익숙한 대상을 한 번 비껴보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문기자로 일하는 그는 스스로 "늘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한다"고 소개한다. 두 번째 그림책에서는 그 시선이 단군과 환웅도, 곰과 호랑이도 아닌 아무도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마늘에 머문다.

재미있는 것은 책이 그 착상을 끝까지 아이의 높이에서 가지고 논다는 점이다. '육쪽마늘'은 여섯 장로가 되고, 말솜씨도 '매콤'해진다. 마을 주민들의 '진액 사정'을 훤히 안다는 장로도 있다. 말장난은 설명을 기다리지 않는다. 먼저 웃기고, 알아차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수현은 동그랗고 비슷비슷한 마늘 한 쪽에 눈썹과 수염, 볼과 입 모양 몇 개를 얹어 수십 가지 성격을 만들어낸다. 장로가 엄숙하게 서 있는 다음 장에서는 주민들이 웅성거리고, 호랑이를 반대하는 마늘들은 피켓까지 들고나온다. 호랑이가 마늘을 먹는 장면에 이르면 노란색과 붉은색이 화면을 덮고 몸에서 불이 난 듯 난리가 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수현은 '우주 택배'와 '해파리 버스'를 쓰고 그렸고, '판타스틱 반찬 특공대' 등에서도 음식과 사물에 표정을 부여해 이야기를 움직여왔다. '오! 마늘'에서도 그림은 글의 삽화라기보다 또 하나의 농담이다. 글을 읽는 어른은 단군신화를 따라가지만, 아이는 구석에서 입을 삐죽 내민 마늘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책의 재미는 그 어긋남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굳이 "마늘도 중요한 존재"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이야기는 교훈이 되고, 마늘은 다시 교재 속으로 돌아갈 테니까. 대신 원래 신화에는 없던 장로들을 잔뜩 만들어놓고 서로 걱정하고 떠들고 작전을 짜게 한다. 그리고 그 소동 끝에서 우리가 아는 결말과 만난다.


곰은 사람이 되고, 호랑이는 떠난다.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그 역사를 바라보는 눈높이다. 어른에게 단군신화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오래된 문장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마늘 한 쪽에도 자기 사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


'오! 마늘'은 키즈엠 '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으로, 개천절인 10월 3일 출간되는 44쪽 그림책이다. 책을 덮고 다시 단군신화를 떠올려본다. 환웅도 있고, 웅녀도 있고, 단군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구석의 마늘부터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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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글 | 이수현 그림 | 발견(키즈엠)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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