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MOU 막판 진통…李 대통령 "동의 어려운 부분 있어"
"3500억달러 투자, 안 하고 싶었다…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
"상업적 합리성 반드시 넣어야…국익 훼손 안 돼"
한미 모두 도움되는 사업 구성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협상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지만 일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놓고 미국 측과 재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사업 처리 등을 구체적인 쟁점으로 거론하며 '상업적 합리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미투자에 대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규정하면서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다. (미국측과)다시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세금 3500억달러, 약 500조원인데 안 하고 싶었다"면서도 "관세나 대미 관계를 고려하고 일본·대만·싱가포르의 합의 내용을 보고 결국 우리도 합의하고 타결했다"며 "상당히 오래 걸렸고, 말하기 어렵지만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반드시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이 당초 해당 표현을 넣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최종적으로 한국 측 요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저로서는 상업적 합리성을 반드시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했고, 못 넣겠다고 해서 두 번째 정상회담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타협이 안 되고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요구한 대로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합의문에 담았다"며 "다른 나라는 못 넣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사업을 정하는 단계에 들어가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정부와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투자 협의를 시작하니 문제가 또 됐다"며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구체적인 문제로 거론했다.
대미투자특별법에는 투자 대상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3500억달러라는 전체 투자 규모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개별 사업별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수익성, 수익·손실 배분 구조 등을 따져야 한다. 이 대통령도 "한국은 법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안만 투자한다고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한미는 대미투자 첫 사업을 비롯한 세부 투자 조건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투자와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한국 기업 참여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은 WEC 지분 투자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의결권과 경영 참여 권한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에 건설할 원전 가운데 최소 2기에 한국형 APR1400을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WEC의 AP1000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 양측이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투자비와 장기간에 걸친 투자금 회수 구조 등을 놓고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정부의 대미투자 첫 사업 발표 일정도 미뤄진 상태다. 산업통상부는 당초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첫 투자사업과 세부 내용을 비공개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산업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지만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보고가 미뤄지면서 18일께로 예상됐던 한미 간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과 첫 프로젝트 발표 일정도 밀렸다.
이 대통령은 협상 과정의 부담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실무협상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자신도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규모뿐 아니라 개별 사업의 손실 가능성과 투자금 회수 조건까지 정부가 따져야 하는 만큼 최종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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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건 정말 중요하다"며 "즉흥적으로 어떤 관계나 압박, 강요 이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곧바로 옅은 웃음을 지으며 "미국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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