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접하고 문화적 충격"…북한 성문화 실태 폭로한 탈북여성
BBC뉴스코리아, 북한 성문화 조명
성교육 부재…피임도 여성 몫
모텔 대신 산·헛간·창고 찾아
북한 사회 내 철저한 성교육 부재와 뿌리 깊은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맞물리면서 여성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성문화를 강요받고 있다는 실태가 구체적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피임은 사실상 여성의 책임으로 떠넘겨졌고, 연인들이 관계를 나눌 사적인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 산이나 헛간, 창고 등을 찾아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가 최근 공개한 영상에는 탈북 여성들이 북한의 성 인식과 연애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이 담겼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은 것은 북한에서 성교육을 접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60대 탈북 여성은 "배란기도 몰랐다"며 "손만 잡으면 임신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 여성은 성욕이나 오르가즘이라는 단어 자체를 한국에 온 뒤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피임은 여성 몫…콘돔 하나에 4명 밥값
피임 역시 여성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탈북 여성들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비교적 흔하게 사용된 피임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궁 내 삽입 기구인 이른바 '고리'였다. 중국에서 유입된 고리를 장마당에서 구한 뒤 병원에서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고리 사용 이후 출혈이나 허리 통증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콘돔은 2010년대 들어 북한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가격이 부담이었다고 한다. 한 20대 탈북 여성은 장마당에 숨겨놓고 콘돔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콘돔 하나에 4명 밥값"이라며 남성들이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들이 스스로 피임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60대 탈북 여성은 남성이 피임하는 경우를 거의 알지 못했다며 "무조건 여자가 했다"고 말했다.
모텔 대신 산·헛간 찾기도
연인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 부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에 한국의 모텔과 같은 숙박시설이 사실상 없어 연인들이 주변의 시선을 피해 산이나 헛간, 창고 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흙바닥에 깔 보자기까지 직접 준비해야 했다고 했다. 한 탈북 여성은 "흙바닥에 깔아놓고 하지, 아니면 그냥 서서 했다"며 남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성이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 정착한 뒤 모텔이라는 공간을 처음 접하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여성도 있었다. 한 탈북 여성은 처음 몇 년 동안 모텔이 어떤 곳인지조차 몰랐다며, 실제로 가보니 깨끗하고 편리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에게 모텔은 단순히 성관계를 위한 공간 이상의 의미였다. 상대방으로부터 배려받고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처음 경험하게 된 공간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성관계 원한 적 없어"…달라진 '관계'의 의미
한 탈북 여성은 북한에서 성관계를 하고 싶어서 한 적은 없었다며, 남편이 원하면 응하는 것이 결혼한 여성의 의무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여성들도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왔거나 여성이 생리 중인 상황에서도 남성이 원하면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성이 먼저 자신의 성적 욕구를 표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킨십이나 관계 이후 대화를 나누는 문화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부부 사이의 폭력과 외도에 대해서도 여성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더라도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이기 때문에 참고 남편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편의 외도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탈북 여성들은 전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들은 이후 자신의 몸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에게 맞는 속옷과 화장품을 고르고, 카페에서 원하는 음료를 선택하는 일처럼 일상적인 선택조차 북한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연애에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이나 몸 상태를 묻고 배려하는 경험을 처음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국서 사랑받는 느낌 처음 알게 돼"
한 탈북 여성은 한국에서 존중받는 관계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온 과거가 서글펐다고 털어놨다.
BBC는 이들의 증언을 남북한의 단순한 연애 문화 차이가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했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과 욕망에 대해 질문하고 선택할 기회가 있었느냐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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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 여성은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다"며 처음부터 당당하게 연애하고 자신의 몸을 자기 뜻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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