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대통령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발언 원고를 다듬느라 기자회견을 30분 늦추고 "모두가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겠다"며 자세를 낮춘 것이 그 방증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반응이 호의적이라면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안팎의 공세에 시달리며 국정 운영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이 대통령은 야권과 여권 내부 반대파라는 두 개의 전선에 직면해 있다.

위기는 순식간에 닥쳤다. 첫 번째 원인은 정책 실패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농지 전수조사가 대표적이다. 소통과 설계는 부실했고, 예측과 위기관리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사 실패도 빼놓을 수 없다. '통합'을 내세워 발탁한 이석연·이혜훈·이병태·인요한 등은 좌초하거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용혜인·김승원 의원을 둘러싼 인사 논란은 정치권을 크게 흔들었다. 이런 악재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지지율은 9주 연속 내려앉았다. 2030세대는 물론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평가받던 4050세대에서도 균열이 커지고 있다.


여권 내 분열상은 점입가경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내란 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한다"고 대통령을 직격했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전조 같다"며 '탄핵'까지 거론했다.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다툼이 참 볼썽사납다. 권력 말기에나 볼 법한 모습이 집권 2년 차에 나타나니,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주저앉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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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물러설 곳이 없다. 기자회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큰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생과 민심에 기초한 국정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 만기친람식 운영을 접고 내각에 권한과 책임을 넘기는 일도 절실하다. 비서실과 인사·민정라인을 대대적으로 쇄신하고 대통령 메시지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여권 내부의 권력 관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 또한 필요하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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