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1일 취임 후 1년 2개월 회상
후배들에게 마지막 고별 메시지 전해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가 필수적인데, 거센 대외 파고 속에서 미래 초혁신 경제 아이템을 온전히 키워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겸한 '마지막 타운홀 미팅'에서 'AI·혁신·현장' 세 단어를 키워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겸한 '마지막 타운홀 미팅'에서 'AI·혁신·현장' 세 단어를 키워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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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약 1년 2개월간의 소회를 밝히며 공직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6월 30일 지명돼 7월 21일 취임했던 구 부총리는 취임 직후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의 협상 결렬 위기 및 관세 데드라인을 넘어서기 위해 도미하는 등 취임 초기부터 글로벌 통상 전쟁의 최전선에 투입돼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구 부총리는 "과거 선배들을 돌아봤을 때 임기가 지나고 나면 뚜렷하게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초혁신 경제 아이템을 제대로 키워보자는 강한 의욕을 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미 통상 현안이나 대외 전쟁 이슈가 없었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씩 현장으로 달려가 기업들의 애로를 제도로 풀고 연구개발(R&D) 예산을 밀어줬을 텐데, 지난 2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발이 묶여 현장을 챙기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고 털어놨다.

특히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와 미래 전략에 대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 부총리는 "현재 우리 사회는 확실한 혁신 기술 하나를 제대로 키우기보다는 20개, 30개씩 숫자만 늘려놓고 있다"며 "제대로 된 1등 아이템이 없으면 숫자가 많을수록 국가적인 손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력반도체 등을 핵심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려 했으나 대외 변수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물가와 환율, 성장률을 관리하는 거시 매니지먼트도 중요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메모리반도체의 뒤를 이을 후속타를 발굴해 확실하게 밀어줘야만 한국 경제의 양극화도 해소하고 생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공직을 떠난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드러냈다. 구 부총리는 "공직에 있는 동안 다하지 못한 역할을 이제는 민간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펼쳐보고자 한다"며 "기업들을 찾아가 하루에 그치지 않고 1박 2일씩 머물며 끝장 토론을 벌이고, 아이디어를 보태고, 병목을 짚어내 현장에서 세계 1등 경제로 가는 길을 함께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추진했던 내부 혁신과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소회도 솔직하게 전했다. 구 부총리는 "불필요한 잡무는 과감히 걷어내고 직원들이 인공지능(AI)을 통해 하루 걸릴 업무를 단 10분 만에 끝낸 뒤 여가와 재충전, 독서와 공부에 시간을 쏟길 바랐다"며 "취임 초 '바빠 죽겠는데 왜 AI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만 개인의 성장과 여력이 생긴다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후배들을 향한 길 터주기를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공직자에게 월급을 더 얹어줄 수 없는 구조에서 인사는 가장 중요한 인센티브"라며 "행정고시 30대 기수 국장들이 솔선수범해 용퇴를 결단해 준 덕분에 젊은 후배들이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건강 관리와 자기 계발을 거듭 당부하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르다. 1년이 지나서 '내가 무엇을 남겼는가'를 돌아봤을 때 가족, 건강, 저술 등 목표를 정해 하나라도 온전히 성취해내는 보람을 찾아달라"고 조언했다.


이임사 말미에 구 부총리는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수장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재경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자부심을 품어달라"며 "새로 부임하는 이형일 후보자를 중심으로 직원 여러분이 똘똘 뭉쳐 도와줘야 한다. 부총리는 직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코 혼자서 설 수 없는 외롭고 무거운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고 기쁜 마음으로 떠난다"며 "더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로 1년 2개월의 경제사령탑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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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출신인 구 부총리는 대구 영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중앙대 대학원에서 무역물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제32회 행정고시(재경직)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 기획·예산 핵심 보직을 두루 섭렵했다. 2018년 기재부 2차관, 2020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2022년 공직을 떠났다가, 2025년 7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새로 출범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30여년에 걸친 관료 생활을 마무리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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