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정책' 대한 시각 분리 필요
'좋은 사람'과 '좋은 지도자'는 같지 않아
지지율 역풍 속 키를 쥔 李 선택 주목

[THE VIEW]리더십에 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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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지만, 그에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을지 모를 나의 동정심마저 2024년 12월3일 밤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렇다고 그가 대통령으로서 했던 모든 일까지 잘못된 것이 되는가?


우리는 종종 사람과 정책을 분리하지 못한다. 누군가 큰 잘못을 저지르면 그 사람이 과거에 했던 일까지 모조리 잘못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이럴 때 독일의 동물 보호 이야기를 꺼낸다. 1933년 나치 정권은 매우 진보적이고 엄격하며 포괄적인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그렇다면 나치가 만든 법이니 동물 보호도 나쁜 것인가? 물론 아니다. 끔찍한 정권이 옳은 정책 하나를 시행했다고 그 정권이 옳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정권이 끔찍했다고 그 정책까지 자동으로 틀린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윤 전 대통령에게서 흥미롭게 본 점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적어도 거리의 여론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기 없는 정책이 반드시 나쁜 정책은 아니다. 지도자에게는 때로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먼저 걸어갈 용기도 필요하다.

물론 그 길은 틀릴 수 있다. 한국만 해도 초저출생, 불평등, 부동산, 서울 집중, 반도체를 제외한 경제의 활력 저하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정답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자를 뽑는다. 모든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하며, 그 결정에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이다.


내가 문재인 정부에 아쉬워했던 지점이 바로 여기다. 문 전 대통령은 어쩌면 우리가 보아온 대통령 가운데 가장 '좋은 사람'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사람과 좋은 지도자는 반드시 같은 말이 아니다. 전투가 벌어졌는데 장군이 병사들에게 계속 "어느 쪽으로 가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군대는 움직일 수 없다. 때로는 틀릴 위험을 감수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서양에는 "부엌에 요리사가 너무 많다(Too many cooks in the kitchen)"는 말이 있다. 한국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엌이든 배든 국가든 어느 순간에는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에서 이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군사독재를 겪었고 민주주의를 위해 오랫동안 싸웠다. 그러니 시민이 정부를 향해 "우리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듣는 것과 따르는 것은 다르다. 모든 목소리를 듣되 마지막에는 누군가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지도자에게 맡긴 권한이자 책임이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젠다 2010'을 밀어붙이며 거센 반발을 감수했다. 여론을 무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여론의 역풍 자체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정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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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분명한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모든 정책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어디로 가겠다'는 방향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허니문'은 끝난 듯하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정책 유턴과 인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잘못을 고치는 것과 방향을 잃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지도자는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잘못했다면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역풍이 불 때마다 키를 돌린다면 사람들은 결국 선장을 믿지 못한다. 앞으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한국이 마주한 문제들은 쉽지 않다. 때로는 반대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우유부단함이 정치적 공백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권력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또 다른 포퓰리스트가 그 틈을 차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는 모두에게 키를 하나씩 나눠주는 제도가 아니다. 누구에게 키를 맡길 것인지를 시민이 결정하는 제도다. 그리고 키를 잡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항로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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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슐츠 독일 프리랜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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