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작위원회'로 K콘텐츠 수익 구조 재설계
2030년 400조 목표…"수출 대행사로 거듭날 것"
"많은 기업이 제작 지원 확대를 바라지만, 국고 지원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이제는 단순 지원을 넘어 새로운 생존 구조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지난 6월 취임해 산업 현장을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화려한 K콘텐츠 이면에 가려진 중소 제작사들의 절박한 위기를 전하며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핵심 돌파구는 '한국형 제작위원회' 도입과 지식재산(IP) 중심의 비즈니스 체제 전환이다. 2030년까지 K컬처 시장 규모를 400조원, 수출액을 1100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K콘텐츠, 수익 악화 늪에서 벗어날까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 동력은 눈에 띄게 약화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매출액 성장세는 2018~2022년 4.78%에서 2022~2025년 1.68%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 성장세도 6.61%에서 3.01%로 줄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힘입어 위상은 높아졌으나 정작 제작사들의 수익률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김 원장은 "제작비가 급등하는 가운데 넷플릭스 등에 의존하는 납품 형태로는 마진을 챙기기 어렵다"며 "IP를 웹소설, 게임, 테마파크 등 다양한 형태로 연계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고 고안한 해법이 한국형 제작위원회다. 다수 기업이 자본을 출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시스템으로, 일본 영상 산업에서 먼저 정착했다. 초기에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며 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참여사들이 권리를 잘게 쪼개 독점하면서 극단적인 폐쇄성을 낳았다. 글로벌 OTT 계약이나 2차 창작 시 모든 참여사의 동의를 얻어야 해 산업 확장을 가로막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선 불합리한 생태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글로벌 히트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이 대표적인 예다. 제작사 마파(MAPPA)는 제작위원회의 수익 독점 관행을 거부하고, 제작비 100%를 단독 출자했다. 실패 위험을 홀로 짊어지는 대신 글로벌 플랫폼과의 직계약 권리와 부가 수익을 온전히 확보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 제작사들은 마파처럼 100% 독자 생존의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리스크를 나누는 장점은 흡수하되, 권리를 빼앗기고 의사결정이 마비되는 단점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콘진원이 중립적인 간사 역할을 맡아 유연한 연계를 주도하겠다"며 기존 지원 사업 160여 개를 엮어 장르 간 확장 계약을 중재하고 투자비를 매칭하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는 대로 우수 IP를 선정해 기획부터 해외 진출까지 돕는 시범 사업에 착수한다. 민간 선투자에 정부 자금을 보태는 '유망 콘텐츠 IP 투자 유치 지원(KIPS)'을 신설해 성장 단계별로 4억~7억원도 투입한다.
K컬처 총괄 '수출 대행사' 도약
콘진원은 IP 생태계 확장과 함께 산업 성장 엔진과 수출 전선도 재편한다. 직접 지원 대신 투자·융자 등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시급한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존 방송·영상 중심이던 274억5000만원 규모의 정책 금융 기본 재산에 더해, 내년까지 게임·애니메이션·음악을 위한 100억원의 저금리 융자 재원을 새로 확보한다. 아울러 현장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경험 청년 인재 육성 규모를 내년부터 1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을 중심으로 K컬처 라이브 공연 향유 혁신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조직의 투명성과 전문성 또한 강도 높게 쇄신한다. 불공정 논란이 잦았던 지원 사업 선정 평가 위원회를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고, 평가위원 공모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한다. 또 직원들을 게임, 방송 등 목적형 전문 직군제로 배치해 업무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단일 콘텐츠 수출 전략은 미용, 식품 등 연관 산업을 묶어 동반 수출을 이끄는 K컬처 산업 수출 패키지로 격상한다. 상설 홍보관 '코리아 360'도 내년 상반기에 미국과 베트남으로 확장하고, 산재한 해외 거점 또한 열 권역 센터와 오피스 열여덟 곳으로 재편한다. 단순 전시 창구를 넘어 시장 발굴부터 계약 체결까지 전담하는 실질적인 '해외 수출 대행사(에이전시)'로 기능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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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콘진원의 영문 약칭 KOCCA의 마지막 'A'는 대행사(Agency)를 뜻한다"며 "콘텐츠를 거대한 IP로 키워 타 산업을 견인하고, 창출된 수익의 재투자를 유도하는 선순환의 핵심 대행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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