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속 쉬니 꿀이네" '주4일제' 시작했는데…"어? 이게 아닌데" 번아웃 당황
나흘간 업무 몰리며 일부 직원 번아웃
금요일엔 '몰래 업무'
일부는 휴일에도 업무 처리해
일률적 주4일 대신 '근무 자율화'로 전환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사흘을 쉴 수 있다면 직장인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실제로 직원들의 바람을 받아들여 '주4일 근무'를 실험한 글로벌 기업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닷새 동안 하던 업무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일만 나흘로 압축되면서 일부 직원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더 오래 일했고, 심지어 쉬는 날인 금요일에도 몰래 업무를 처리했다.
방식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업무를 하고 금요일을 쉬는 형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가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시아경제
1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지난 2023년 주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최근 철회한 글로벌 인력관리업체 세이프가드 글로벌(Safeguard Global)의 사례를 소개했다. 세이프가드 글로벌은 약 1000명의 직원이 78개국에서 원격근무하는 회사로, 당시 제도 도입에는 인재 채용과 직원 유지 등의 목적도 있었다.
방식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업무를 하고 금요일을 쉬는 형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가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직원은 금요일을 온전히 쉬기 위해 월~목요일 근무시간을 늘렸다. 나흘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오히려 번아웃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반대로 주어진 업무를 나흘 안에 끝내지 못한 직원들은 공식적으로는 휴일인 금요일에도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다. 일부 직원은 주4일제를 제대로 지키면서도 쉬는 동안 다른 직원이 일하면 업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무량 그대로인데 근무일만 단축…회사가 찾은 해법은 '자율성'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에 비욘 레이놀즈 세이프가드 글로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고심에 빠졌다.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했던 주4 근무로 인해 역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주4일제를 모든 직원에게 월~목요일 근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맞춰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선택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결국 회사는 주4일제를 모든 직원에게 월~목요일 근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맞춰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선택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본보기 아이콘나흘 안에 업무를 마칠 수 있다면 나흘만 근무하고, 닷새가 필요하다면 닷새 동안 일하는 대신 반나절씩 쉬는 것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회사는 근무한 시간보다 실제 결과물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아웃컴 기반' 평가도 강화했다. 세이프가드 글로벌은 현재 채용 홈페이지에서도 "성공은 일한 시간이 아니라 달성한 결과로 측정된다"며 유연한 근무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 한 사례로만 주4일제 자체가 효과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실제 다른 연구에서는 주4일제의 긍정적 효과도 확인됐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는 미국·영국·캐나다·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 141개 조직의 직원 2896명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를 분석했다. 이들 기업은 근무시간을 줄이기 전에 업무 효율과 협업 방식을 재설계한 뒤 6개월간 주4일제를 시행했다.그 결과 번아웃이 줄고 직무 만족도와 정신·신체 건강은 개선됐다. 연구진은 단순히 '5일 치 일을 4일에 몰아넣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면서 업무수행 방식을 함께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선 '주 4.5일제' 확산 실험
이 가운데, 한국에서도 주4일 또는 주 4.5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주 4.5일제가 법정 표준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면서 현장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주4일 또는 주 4.5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고용노동부는 올해 처음 '워라밸+4.5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노사 합의를 거쳐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 등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관련 사업에 324억원을 편성했으며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원을 지원한다. 신규 채용 확대 시 추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의 관심도 예상보다 높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프로젝트 참여 기업은 224곳으로 당초 연간 목표였던 220곳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기업이 67.9%를 차지했다. 운영 방식도 일률적인 '금요일 휴무'가 아니다. 금요일 오후를 쉬는 주 4.5일제부터 격주 휴무, 월 2회 4시간 단축, 하루 1시간씩 줄이는 주 35시간제까지 기업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직장인들의 기대는 높다. 지난해 12월 직장인 플랫폼 블라인드가 국내 직장인 1만6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실제 주 4.5일제를 경험한 5398명 가운데 52%는 도입 전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응답은 1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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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시간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 길다. OECD 통계상 2024년 한국의 연간 실제 근로시간은 취업자 1인당 1865시간으로 OECD 평균 1741시간보다 124시간 많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실근로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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