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떨어진 뒤엔 늦다…구조조정, 실패 아닌 경영수단"[기업개선 2.0]①
임정주 A&M 한국 구조조정부문 대표 인터뷰
산업은행 출신 30년 구조조정 베테랑
"재무지원 넘어 사업재편·운영개선까지 가야"
"민간자본·전문가 잇는 구조조정 생태계 필요"
① "죽기 직전까지 돈 빌린다"…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는 기업들
①[인터뷰]"현금 떨어진 뒤엔 늦다…구조조정, 실패 아닌 경영수단"
② "돈 더 빌려준다고 살아나나"…구조조정 핵심은 '기업 경쟁력'
②[인터뷰]"가장 중요한 건 원인분석, 다음은 선택과 집중"
③ 정부가 판 깔아라…기업·금융이 움직이는 '선제적 구조조정' 생태계
임정주 알바레즈앤마살(A&M) 한국 구조조정부문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시점'을 꼽았다. 한계 상황에 닥쳐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사업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훼손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한국산업은행에서 30년 넘게 기업금융과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다. 구조조정본부장과 기업구조조정센터장을 지냈고,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HMM) 등 대기업 구조조정 실무를 경험했다. 올해 A&M 한국 구조조정 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구조조정은 '사후적', '정부기관·채권단 중심', '재무구조조정 중심'이었다"며 "앞으로는 사전적이고 시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재무뿐 아니라 사업재편과 운영개선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닥치기 전 사업 조정 필요"…돈만 넣어선 정상화 못해
임 대표는 기업이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할 '골든타임'을 특정 재무비율이나 시점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반복적인 유동성 부족, 차입금, 만기의 단기화뿐 아니라 핵심사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마진 하락, 시장점유율 저하 등 사업의 기초체력이 약화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한 지표는 영업현금흐름이다. 그는 "아무리 매출과 이익이 많이 잡혀도 영업현금흐름이 나오지 않으면 회사는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며 "영업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할 중요한 조기 경고 신호"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팔아 이익을 기록해도 대금이 외상매출채권으로 남으면 현금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인건비와 원재료비 등 현금 지출은 계속 발생한다. 임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담당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큰 이익이 난다고 할 때였는데 점검해보니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SK, 포스코처럼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 시장 변화에 맞춰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거나 미래 핵심사업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이른바 '선제적 구조조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며 "핵심은 기업가치가 충분히 남아 있을 때 실행 가능한 선택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단순한 유동성 지원에 그쳐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재무구조조정이 기업에 시간과 유동성을 제공한다면 사업·운영구조 개선은 그 기업이 다시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며 "둘 중 하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정상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기를 늘리고 금리를 낮춰도,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적자사업 철수, 비핵심 자산 매각, 원가·운전자본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 대표는 "무엇을 남기고 정리할지도 단순히 매출 규모나 과거의 상징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별 수익성과 현금창출력, 핵심사업과의 연관성, 필요한 투자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핵심은 얼마의 돈을 더 조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확보한 시간 동안 무엇을 바꿀 것이냐"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생태계 필요"…조기 개입·민간 구조조정자본 등
국내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의 과제로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장 중심 구조조정 체계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법원·채권금융기관 중심의 제도적 기반에 더해 민간자본과 전문 구조조정 역량이 결합된 시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 대표는 사모펀드(PE)와 구조조정펀드 등 민간자본이 기업가치가 남아 있는 단계부터 정상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민간자본이 단순히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 정상화 과정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는 '구조조정 자본(restructuring capital)'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기업의 재무·사업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고, 구조조정 절차와 채권자 간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규자금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정상화 이후 투자금 회수 경로는 물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실질적으로 이행 가능한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 낼 전문인력과 기관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임 대표는 "결국 새로운 제도 하나만 필요한 게 아니다"며 "조기 개입, 전문적인 구조조정 역량, 이해관계자 간 협상, 민간 구조조정 자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보다 깊이 있는 구조조정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 주체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먼저 "기업은 문제를 조기에 인정하고 필요한 변화를 실행해야 하고, 금융기관은 단순한 만기연장을 넘어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해 필요한 금융적 해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은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법적 절차를 제공하고, 정부는 시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구조조정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민간자본과 구조조정 전문 자문사(어드바이저)는 자본과 전문성을 제공해 실행 가능한 정상화 방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구조조정을 단순히 인력 감축이나 실패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A&M은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글로벌 전문자문사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사업재편, 긴급 유동성 확보와 자본구조 재편, 위기기업(distressed) M&A 등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자본 솔루션과 경영 실행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는 2013년 진출했으며, 올해 4월 임정주 대표와 정대희 부대표를 중심으로 한국 구조조정 부문을 공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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