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세계 수자원 현황 발표…빙하 4년 연속 감소, 가뭄·홍수 동시 발생

지구의 강이 지난 35년 사이 가장 건조한 상태를 기록했다. 세계 곳곳에서 하천 유량이 줄어드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큰 홍수가 발생했다. 빙하와 지하수처럼 가뭄 때 물을 공급하던 저장고도 줄어들고 있다. 물이 단순히 부족해지는 것을 넘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때 공급되지 않는 방향으로 물순환이 달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세계기상기구(WMO)가 17일 발표한 '세계 수자원 현황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하천 유량은 최근 3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유역 면적의 36% 이상에서 유량이 평년보다 적었고, 정상 범위의 유량을 보인 하천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그쳤다. 최근 30년 평균인 46%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11일 독일 뒤셀도르프의 라인강에서 선박이 수위 저하로 드러난 강바닥 옆을 지나고 있다.  헤샴 엘셰리프(Hesham Elsherif)/아나돌루 통신(Anadolu) 제공

지난달 11일 독일 뒤셀도르프의 라인강에서 선박이 수위 저하로 드러난 강바닥 옆을 지나고 있다. 헤샴 엘셰리프(Hesham Elsherif)/아나돌루 통신(Anadol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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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마르고 빙하는 줄고…물 저장고까지 흔들


보고서는 최근 7년간 정상 범위보다 낮은 하천 유량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눈과 빙하, 토양수분, 지하수 등을 포함한 육지의 물 저장량도 2014~2016년 이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 세계 주요 빙하 지역에서는 4년 연속 얼음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빙하 손실량은 약 4080억t으로 추산됐다.

그렇다고 지구 전체가 똑같이 메마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유역의 약 21%에서는 오히려 평년보다 유량이 많았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몬순 호우와 열대저기압이 겹치며 큰 홍수가 발생했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전 세계 물의 총량이 줄었다기보다는 비와 하천수가 어느 지역에, 어느 계절에, 얼마나 한꺼번에 집중되는지가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도 이러한 대비가 나타났다. 클레어 스티븐스 뉴사우스웨일스대 환경과학 강사는 지난해 호주 서부와 남부에서는 겨울철 강수 부족으로 토양이 말라 농작물과 식생이 피해를 보았지만, 북부에서는 큰 홍수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물순환의 연도별 변동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가 개별 재해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규명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빙하 감소는 당장의 재해 위험뿐 아니라 장기적인 물 부족과도 연결된다. 빙하가 녹는 초기에는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이 늘 수 있지만, 빙하 자체가 작아지면 이후에는 여름철 물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코카서스와 알프스 등 일부 지역에서 빙하 녹은 물의 유출량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짚었다.


다만 최근 7~10년의 하천 유량 변화만으로 장기 추세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엘니뇨와 라니냐에 따른 자연 변동, 기후변화, 지하수 과잉 취수 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하천 유량 분포 지도.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4년 세계 하천 유량 분포. 주황색은 평년보다 유량이 적은 지역, 청록색은 많은 지역을 나타낸다. 당시 분석에서 정상 범위의 유량을 보인 지역은 35%였다. 'WMO, 세계 수자원 현황 보고서 2024' 제공

세계 하천 유량 분포 지도.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4년 세계 하천 유량 분포. 주황색은 평년보다 유량이 적은 지역, 청록색은 많은 지역을 나타낸다. 당시 분석에서 정상 범위의 유량을 보인 지역은 35%였다. 'WMO, 세계 수자원 현황 보고서 20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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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쓸 물은 줄 수 있다…한국도 관리 방식 바꿔야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던 지역까지 가뭄에 취약해지고 있다. 호르헤 올시나 알리칸테대 지역지리분석학 교수는 "평소 비가 규칙적으로 내리던 지역에서는 두세 달만 강수량이 크게 줄어도 농업과 도시의 물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과 지하수, 해수담수화, 하수 재이용 등 여러 수원을 확보한 지역이 강수 부족에 대응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강수량만으로 물 부족 위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온이 오르면 증발산으로 빠져나가는 물이 늘고, 가뭄으로 마른 토양은 내린 비를 먼저 흡수한다. 겨울철 적설량까지 줄면 봄철 하천에 공급되는 물도 감소할 수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강수량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실제 쓸 수 있는 물은 줄어들 수 있다"며 "한국의 수자원 계획과 기후 리스크 평가도 강수량 전망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유량·토양수분·저수량 같은 수문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갈수기 가뭄이 공존하는 한국에서는 산업용수 확보도 과제다. 황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처럼 가뭄에도 물 사용을 쉽게 줄일 수 없는 시설이 늘고 있다며, 하나의 수원에 의존하기보다 하수 재이용 등 대체 수원을 확보하고 비용 분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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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물 재해가 집중되는 곳일수록 관측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물 관련 재해 사망자의 80% 이상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지만, 이번 보고서에 유량 자료가 포함된 관측소 중 두 지역의 비중은 약 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관측망을 확충하고 국가 간 자료 공유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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