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더 크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 한보 등 내로라하는 재계순위 상위 기업들이 한순간 해체되며 이어졌던 충격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깊이 각인된 여파다. 대다수 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꺼내 드는 것 자체가 '경영 실패'를 인정하는 신호로 여겨질까 우려한다. 이미 부실 징후가 확인된 기업들조차 유동성이 고갈되기 직전까지 최대한 상황을 숨기고 버티려 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최근 만난 한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거나 자원 재분배에 나서는 것조차 '구조조정= 실패 인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로 받아들여 꺼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구조조정 전문가 역시 "구조조정을 '실패한, 망한 기업이 하는 일'로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선택지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더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이 아직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을 때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구조조정의 본래 역할에 가깝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산업 재편 움직임 속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자원을 옮기는 '선제적 기업 개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들로선 보유 역량과 자원 측면에서 이러한 선제적 재편에 상대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메가텐'에 합류한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민주당 의원)가 최근 제시한 '인공지능(AI)전환펀드'는 주목할만하다. 이는 전통 제조업 중견·중소기업의 생산성 혁신과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금융 모델이다. 한계기업 정리를 전제로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되, 각 은행의 리스크 평가 등을 기반으로 기업들에 '생산적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선제적 기업개편, 기업구조조정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갖는 선입견을 고려해 '전환펀드'로 이름을 붙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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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전환펀드 구상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과 구조조정을 별개의 영역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한계기업을 무조건 연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리할 것은 정리하되, 전환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과 기술에 투자할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책금융이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 금융과 자본이 함께 들어온다면 선제적 사업재편의 선택지는 한층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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