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복제된 초파리 뇌…운전, 게임, 투자까지 했다 [테크토크]
초파리 두뇌 3D 모델 커넥톰 공개
신경망에 프로그램 연결해 훈련
아직 흥미 수준…뇌 연구 활성화
생물의 두뇌를 컴퓨터 안에 복제할 수 있다면.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일이 최근 구글 덕분에 현실이 됐습니다. 수컷 초파리의 뇌 신경망을 연결한 지도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한 겁니다.
더 놀라운 일은 개발자들이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초파리 두뇌를 다양한 작업에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에 들어간 가상 초파리 뇌는 운전, 게임, 심지어 비트코인 투자도 할 수 있습니다.
10년 걸려 완성한 '초파리 두뇌'에 게임 연결
구글은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여러 연구진과 협력해 수컷 초파리의 두뇌 신경세포 16만6000여개, 이들을 잇는 시냅스 1억2500만개를 구현한 '뇌 지도'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이처럼 생물의 두뇌 신경망을 지도로 만든 데이터를 '커넥톰'이라고 칭합니다.
이번 초파리 커넥톰은 무려 10년간 이어진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지금껏 인간이 만든 뇌 지도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구글은 해당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했지요.
이후 한 개발자가 이색 실험을 했습니다. 초파리 뇌 지도와 게임을 연동, 컴퓨터에 복제된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 조작을 실험한 겁니다. 실제로 초파리는 리듬 게임 '비트세이버', 고전 슈팅 게임 '둠', '슈퍼마리오', '마인크래프트' 등 복잡한 게임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래밍 가능한 초파리…훈련 열풍 촉발
어떻게 초파리의 두뇌에 게임 조작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요. 우선 개발자들은 게임 화면에 변화가 나타날 때 초파리의 감각 뉴런이 작동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나타나는 두뇌 신경 활동을 이동, 공격 키 등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초파리 두뇌가 게임을 잘 수행할수록 특정 자극을 주는 보상 체계, 즉 '강화 학습'도 구현했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게임에만 통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자율 주행, 비트코인 투자 등 일정한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반응을 요구하는 여러 활동에 구현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지요. 덕분에 현재 개발 커뮤니티 등에서는 초파리 두뇌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실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초파리처럼 사람 두뇌도 컴퓨터에 옮길 수 있을까
초파리 뇌 지도에 게임, 운전, 투자 등을 훈련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인간의 두뇌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할 수 있을까요. 이번 초파리 커넥톰 실험은 흥미롭긴 하지만, 사실 초파리의 의식을 컴퓨터에 옮긴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초파리 뇌는 게임을 조작할 수 있지만, 실제 각 신경계와 게임을 일일이 연결하는 건 인간의 수작업입니다. 초파리가 자기 지능으로 작업을 이행하고 수행하는 게 아니라, 초파리의 신경을 일종의 컴퓨터 칩 회로도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합니다.
커넥톰 자체의 한계도 명확합니다. 커넥톰은 생물의 복잡한 두뇌 신경을 연결해 3D 지도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뇌의 원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를 심화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각 뇌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신경 전달 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지 등 정말로 중요한 변수는 들여다볼 수 없지요.
AI 덕분에 학계 뇌 이해도 깊어져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커넥톰을 완성해 왔습니다. 현재 커넥톰이 등록된 생물은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등 비교적 간단한 벌레입니다.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동물과 비교하면 훨씬 간소화된 뉴런을 가진 생물들이지요.
하지만 두뇌 자체가 극도로 복잡한 기관인 만큼, 초파리 커넥톰을 완성하는 데만 1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커넥톰은 뇌를 수백만장의 얇은 조각으로 자르고, 각 조각을 전자현미경으로 일일이 촬영, 평면 사진을 컴퓨터로 연결해 입체로 재구현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초파리 커넥톰을 구현할 때 '플러드 필링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AI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얇은 뇌 단면 사진이 서로 합쳐질 때 각 신경 세포의 뿌리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크기와 형태가 불규칙하고, 개수도 가늠하기 어려운 3D 신경 세포들을 하나의 통일된 모델로 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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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구글의 목표는 제브라 피시의 두뇌 커넥톰을 만드는 겁니다. 제브라 피시 또한 초파리처럼 10년 넘게 연구진이 매달려 온 과제로,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AI 신기술을 동원하면 초파리 다음으로 커넥톰을 완성할 유력 후보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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