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young域]대한민국 대학생의 탈선, 창업을 한다는 것
푸드트럭 장사에서 벤처 투자 유치까지
유니콘이 되려면 '무모한 용기'가 필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정신없이 공부해서 대학에 가야 했던 고등학생 때를 지나, 삶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대학생이 된 시점부터 나는 이 질문을 품고 살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이순신 장군님처럼 위인전에 나온 위인이 되는 꿈을 품었던 것 같은데, 스무 살이 된 순간부터 그런 꿈은 시답지 않은 주제가 된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도 그다음 경로가 정해져 있는 삶이 있는 것만 같았다. 달라진 거라곤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정도였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노래의 한 구절처럼 나는 그때부터 내 삶을 바칠 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 때, 누나가 우연히 미국 LA에서 비빔밥을 푸드트럭에서 만들어 파는 팀에 대해 말해줬다.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었다.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게 사업이라고 불리는 행위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경험이었다.
장사는 사이클이 빠르다. 하루의 성적표가 매일 나오는, 그래서 개선이 빠른 업이다. 심지어 푸드트럭이니까 판매하는 장소도, 입간판의 위치도 모두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공대생으로서 늘 학교 실험실에 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세상이라는 실험실에 던져진 소년이 되었다. 돌아보면 흔히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고 불리는 '만들고(Build)-측정하고(Measure)-학습하는(Learn)' 루프를 자연스럽게 경험했던 행운의 시기였다. 장사를 하다 보니 제품, 프라이싱, 재고 관리와 비용 관리, 전략 등 사업에 필요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
그렇게 장사를 하던 어느 날, 내 나이 또래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더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고 세상을 바꿀 거다, 그래서 매일이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흔히 나누던 대화와는 굉장히 다른 결의 이야기였고, 어릴 때 잃어버린 꿈을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 비빔밥으로는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세상 곳곳에 영향을 끼치는 소프트웨어로는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대부분 정해진 삶을 살게 된다. 좋은 학교를 나오면 좋은 회사에 가고, 정해져 있는 엘리트의 길은 늘 박수 받는 삶이지만 할 일도 정해져 있는 삶이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한 번도 그 길에서 탈선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는 비슷하지만 본인만의 회사를 만들어가는 친구를 보며, 막연한 동경과 질투,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결심했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세상을 더 좋게만드는 가치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 군 생활을 마치고, 바로 회사를 시작했다.
대의를 갖고 시작했기에 모두가 응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내가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부모님도 말이다. 해가 지날수록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기를 놓친다고, 졸업도 안 한다고.
그러다가 창업을 한 첫 해인 2021년, 창업을 하고 정부가 주최한 '도전 K-Startup'이라는 전국 대회에서 처음으로 장관상을 받았다. 그리고 2022년,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았다. 멋져 보이는 성과들이 있었음에도 내 주변의 시선은 여전했다. 한국에서 대학생이 사업을 한다는 건 너무나 생소한 일이라, 이해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것 같다.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지현준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바카티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했다. 사진은 현장에 마련된 바카티오 부스에서 지 대표와 구성원들이 서로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 지현준 대표
원본보기 아이콘하지만 최근 세상을 바꾼 창업가의 상당수는 대학생이거나, 학교를 막 뛰쳐나온 20대였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페이스북이 그랬고, 일론 머스크도 그랬다. 이렇게 성공한 젊은 창업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안 될 것들을 되게 만드는 무모한 용기, 어쩌면 무지, 그리고 압도적인 시간의 투입을 통한 도전. 가진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을 흉내 내면 안 되고,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회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유니콘 같은 삶을 시작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유니콘이 되는 여정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대한민국 대학생의 탈선이, 어쩌면 정말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끄는 도전이 되지 않을까?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만든다면 나는 정말 대한민국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짭짤해서 맥주 안주로 딱인데 충격"…무심코 먹었...
지현준 바카티오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